종교개혁 500주년…"한국 교회, 섬김의 모습 보여야"

입력 2017-10-25 08:00   수정 2017-10-25 18:33

종교개혁 500주년…"한국 교회, 섬김의 모습 보여야"

김철환 한국루터회 총회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 교회 성벽에 면죄부 판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는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었다. 유럽을 송두리째 뒤흔든 종교개혁의 시발점이었다.

그 후 500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루터를 기념하는 움직임은 분주하다. 그러나 정작 개혁의 상징이었던 개신교가 개혁성을 잃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5일 종교개혁의 3대 원리인 '오직 믿음', '오직 은총', '오직 성서'라는 복음적 전통을 따르는 한국루터회를 찾았다.

루터회는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설립된 첫 개신교회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여러 나라가 루터교를 국교로 삼고 있다. 한국은 1958년 루터회를 받아들였으며, 10월 기준 49개 교회에서 목회자 60명이 활동하며 3천556명의 교인이 있다.

루터회 김철환(62) 총회장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중세시대의 교회를 닮아가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변화를 촉구했다.

다음은 김 총회장과의 일문일답.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어떤 활동을 했나.

▲ 루터 전집 25권 번역을 추진했는데 올해 안에 모두 완성된다. 오는 28∼29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다시 그리스도만으로'를 주제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대회를 연다. 개신교 22개 교단에서 1천명 넘게 참석해 연합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2013년 취임해 31일 이 기념대회를 끝으로 4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데, 서운한 동시에 기쁘다.

-- 종교개혁의 의미를 설명해달라.

▲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리가 분출된 사건이었다. 교회든 사회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이 가르침은 오늘날 한국에서도 유효하다. 중요한 건 개혁의 주체는 나 자신이고, 개혁의 대상 역시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께서 "내 탓이오"라고 하셨듯 말이다. 우리는 잘못의 원인을 '너'라고 지목하는 데 익숙해 있지만, 내가 변하지 않으면 외부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실망만 반복될 뿐이다.

-- 한국 교회가 개혁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 한국 교회는 중세시대의 교회에 머무는 게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교회는 제도와 형식 등 교권이 예수님보다 위에 있다. 왜 교회 건물은 번듯하게 크게 지으면서, 정작 헌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에는 인색한가? 교회는 섬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천주교와 개신교가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가 소중한 두 바퀴이지 않나.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회 역시 한 형제고,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가야 할 동반자다. 한국 개신교계에서는 가톨릭 교회를 구교(舊敎), 개신교를 신교(新敎)라는 용어로 분리하지만, 유럽에서는 점차 격차를 줄이는 추세다. 특히 루터교는 가톨릭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 마르틴 루터의 가르침 중에 오늘날 꼭 필요한 게 있다면.

▲ 루터의 가르침은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말씀',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등 5개로 압축된다. 종교적인 색채를 빼고 설명하자면 우리는 '나그네', '거지', '머슴'처럼만 살면 된다.

첫째, 이 땅에 영원히 머물 것처럼 주먹 꽉 쥐고 살지 말고, 자신이 하늘로 돌아갈 나그네라고 여기고 팔을 벌려 이웃을 도와야 한다. 둘째, 늘 자신이 은혜 입은 거지라고 생각하며 남에게도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 셋째, 주인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머슴처럼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한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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