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SK 입단했지만 '왕조' 경험 못해…"기회 왔을 때 잡을 것"
(광주=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선수들은 한국시리즈(7전4승제) 개막 하루 전인 24일 저녁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가벼운 훈련을 소화했다.
외야수 이명기(30)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달 초 왼쪽 발목을 다쳐 20일 넘게 엔트리에서 빠져 있었지만, 팀이 정규시즌에서 우승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면서 3주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분에 경기에 나서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이명기는 2006년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줄곧 SK에서 뛰던 그는 올해 시즌 개막 직후 KIA로 트레이드됐다.
그는 안타도 잘 치고 발이 빠른 뛰어난 톱타자(1번 타자)로 올 시즌 115경기에 나와 타율 0.332(464타수 154안타), 9홈런, 63타점, 79득점의 활약을 펼쳐 KIA가 우승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친정인 SK가 2007∼2012년 한국시리즈 우승 3차례, 준우승 3차례를 일구며 왕조를 이뤘을 때는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서도 감격을 함께 누리지는 못했다.
주전이 아니어서 가을야구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기는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서본 게 가을야구 경험의 전부다.
그는 "SK에 있을 때 (왕조 시절을 경험한) 선배들한테서 '우리 때는'으로 시작하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었다"며 "이번에 KIA가 우승해서 나도 나중에 후배들한테 그런 무용담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오기도 쉽지 않으니 기회가 왔을 때 꼭 잡고 싶다"며 "선수들이 자기 플레이를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3주간의 휴식이 자칫 실전 감각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명기 역시 이런 점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청백전을 치르면서 감각을 익혔다. 시합을 해봐야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더 잘하려고 하다 보면 실수가 나올 수 있으니 욕심을 부리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KIA의 에이스 선발투수 양현종은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청백전에서 (이)명기형한테 안타를 맞았다. 끈질기게 파울도 많이 치더라"며 타격감을 높게 평가했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이명기는 "청백전이니까 전력투구를 안 했을 것 같다. 내 기를 살려주려고 그런 얘기를 한 것 아니겠냐"고 웃어넘겼다.
인터뷰가 진행된 시점에서 24시간 뒤면 같은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이 펼쳐진다.
이명기는 대망의 한국시리즈에서 야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긴장하지 않고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겠다. 잘 안 되겠지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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