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상 이용해 참깨·땅콩 등 중국산 농산물 15t 밀수입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중국 소상공인(보따리상)들을 동원해 중국산 농산물을 국내로 들여와 불법 유통한 가족 밀수단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지검 형사4부(오현철 부장검사)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중국 모 무역회사 부회장 A(59)씨를 비롯해 그의 중국인 아내 B(58)씨와 중국인 처남 C(66)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또 밀수입한 중국산 농산물을 A씨로부터 사들여 판매한 국내 유통업자 D(66·여)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A씨는 올해 1월 9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참깨, 땅콩, 생강 등 중국산 농산물 15.3t을 40차례 인천항을 통해 몰래 들여와 B씨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아내, 처남과 함께 중국 산둥성 석도항 인근에서 무역회사를 직접 운영하며 밀수 범행을 총괄했다.
그는 자신이 중국에서 사들인 농산물을 중국인 보따리상 20여 명에게 50㎏가량씩 나눠주고 1주일에 3차례 운항하는 한중 국제여객선을 이용해 밀수입하도록 지시했다.
A씨는 중국산 농산물의 경우 자가소비를 전제로 1인당 50㎏까지 검역 없이 무관세로 한국에 들여갈 수 있는 점을 이용했다.
중국인 보따리상들은 한국에 농산물을 가져다주는 대가로 한 번에 여객선 뱃삯을 제외하고 1인당 2만∼3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중국인 보따리상들과 함께 국제여객선을 타고 한국으로 건너와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에서 중국산 농산물을 모은 뒤 D씨에게 판매했다.
이들은 검역을 거치지 않아 허용치를 초과한 농약을 함유한 중국산 농산물을 230∼680%에 이르는 관세를 내지 않고 밀수입한 뒤 정식 수입 농산물 가격의 20% 수준으로 거래했다.
검찰은 올해 5월에도 중국 석도항에서 유사한 형태로 보따리상 조직을 운영하며 중국산 농산물을 밀수입한 일당을 적발한 바 있다. 당시에는 50대 남성이 20대 처남과 함께 중국산 건고추, 녹두, 참깨 등 1천㎏을 밀수입했다.
중국 석도항 인근에는 이 같은 수법을 쓰는 농산물 밀수 조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A씨 등을 범행 현장에서 체포할 당시 압수한 생강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이산화항이 검출됐다"며 "이산화항은 식품을 표백하거나 보존할 때 쓰는 물질이며 많이 섭취하면 인후염이나 위염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밀수입된 농산물은 식품유해검사를 받지 않고 수입식품유통이력추적 대상도 아니어서 유해성이 높다"며 "향후에도 유사 범죄를 지속해서 단속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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