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윤곽…두 전직 대통령 관여 여부까지 수사 확대 가능성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특수3부 '쌍끌이 수사'로 규명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대기업에 요구해 친정부 활동을 하던 보수단체에 조직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는 '화이트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현재까지 200억원대의 불법지원이 이뤄진 것을 파악해 실체 규명에 나섰다.
25일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두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개입해 대기업들이 보수단체에 지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금액은 현재 윤곽이 드러난 것만 합쳐도 총 200억원이 넘는다.
우선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2009년 12월 "보수단체들이 국정 버팀목으로 지속 기능할 수 있도록 고정적 자금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당시 청와대 현진권 시민사회비서관의 지시를 계기로 주요 대기업과 보수단체의 1대 1 지원을 연결해주는 '매칭 사업'을 추진했다.
현 비서관은 보수단체들이 국정 현안 지지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돌아오는 게 없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한다면서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국정원에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은 2010년 자유총연맹, 고엽제전우회 등 18개 단체에 32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원세훈 당시 원장에게 보고했다.
이어 2011년에는 미디어워치, 미래한국 등 보수 성향의 7개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43개 보수단체에 36억원을, 2012년에는 57개 보수단체 및 인터넷 매체에 50여억원을 각각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국정원 문건 상 보수단체 '매칭' 기업에는 삼성, 현대기아차, 한화, 포스코, LG, GS, SK, 롯데, STX, 5대 시중은행 등이 망라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보수단체 지원 금액은 총 1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은 이런 지원 계획이 실제로 상당 부분 진행된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삼성과 SK 계열사, 전국경제인연합이 2011∼2012년 자유총연맹 등 여러 보수단체에 약 2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명박 정부 시절 보수단체 지원 전모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100억원 이상의 대기업 자금이 친정부 활동 보수단체에 지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4∼2016년 청와대 정무수석실 주도로 대기업과 전경련이 30여개 보수단체에 68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넘겼다.
후속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주도로 대기업에 직접 수십억원을 추가 지원하게 한 정황을 새로 포착해 이헌수 전 기조실장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소환하는 등 수사 중이다.
검찰은 삼성이 15억원가량을 전경련 창구를 거치거나 직접 보수단체에 건넸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계열사 고철 사업권을 경우회에 주는 방식으로 25억원가량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현재 윤곽이 드러난 박근혜 정부 불법지원 의심액은 110억원에 육박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118억원을 포함하면 모두 23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보수 정권의 보수단체 불법지원 의혹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 두 전직 대통령의 관여 여부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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