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구 보건소 상대 소송…법원 "구청, 1억2천만원 지급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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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2014년 1월 당시 50대 후반이던 중년 여성 A씨는 좀처럼 그치질 않는 기침과 가래 탓에 한 달 넘게 고생하다가 인천의 한 구청 보건소를 찾았다.
결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간 기능 검사 결과, 염증 수치인 AST가 정상범위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 보건소 측은 A씨를 결핵 환자로 등록하고 4가지 종류의 한 달 치 약을 처방했다.
보름 가까이 결핵약을 복용했지만, 종종 구토했고 다시 보건소에서 간 기능 검사를 받았다. 이번엔 AST 수치가 처음보다 3배 가까이 상승해 있었다.
보건소 의료진은 A씨에게 그동안 복용하던 결핵약을 당분간 끊고 2주 뒤에 간 기능 검사 후 수치가 낮아지면 다시 약을 먹어보자고 했다.
A씨는 같은 해 2월 한 대학병원에서 재차 간기능검사를 받았고 수치가 최고로 높았을 때보다 절반가량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보건소 측에 이런 결과를 알리자 결핵약을 다시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결핵약을 재복용하기 시작한 A씨는 3월 초 고열과 구토 증상으로 또 다른 병원에 입원했고 10여 일 뒤 다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간 기능 저하로 인해 의식을 잃었다.
대학병원 의료진도 더는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해 결핵약 투약을 중단했고 A씨는 10여 일 뒤 숨졌다. 사망 원인은 폐결핵이었다.
결핵은 결핵균 복합체가 공기를 통해 전파돼 감염되는 질병이다. 주로 폐에서 발생하나 이외의 장기에서 생기는 경우도 3분의 1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의학계는 보고 있다.
A씨의 유족은 고인이 결핵약 복용 후 간 수치가 상승해 2주간 약을 끊은 적이 있다면, 다시 간 수치가 정상 최대치의 2배 이하로 떨어진 후에 다시 투약해야 함에도 보건소 측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일정한 기간을 두고 간 기능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순차적으로 약제를 하나씩 투여했어야 했는데 보건소는 한 번에 고인이 기존에 먹던 약을 투여했다며 총 2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 민사16부(홍기찬 부장판사)는 A씨의 남편과 아들이 인천시 모 구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구청 측이 A씨의 남편과 아들에게 위자료, 치료비, 장례비 등으로 총 1억2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간 독성으로 인해 치료가 중단된 경우 간 수치가 정상 상한치의 2배 이하로 감소하면 한 가지 약제씩 재투여 해야 한다"며 "보건소 의료진은 A씨의 간기능검사 수치가 정상의 2배 이상이었음에도 별다른 검사 없이 4가지 결핵약을 한꺼번에 재복용하라고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폐결핵이고 흉부를 찍은 영상을 봤을 때 간 독성이 없었다면 결핵약을 계속 복용해 완치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건소 의료진이 간 독성을 막기 위해 권고하는 투약 순서를 지키지 않은 것과 A씨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결핵 치료를 받게 된 경위와 해당 보건소 의료진의 과실 정도 등을 고려해 피고인 구청 측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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