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죄악' 꼬집는 커트 보니것의 블랙유머

입력 2017-10-25 15:49   수정 2017-10-25 19:03

'과학의 죄악' 꼬집는 커트 보니것의 블랙유머

1963년작 '고양이 요람' 번역·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가끔 그자가 죽은 채로 태어난 건 아닐까 궁금하다오. 나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 그토록 무관심한 인간을 본 적이 없소.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돌처럼 차갑게 죽어 있는 자들이 너무나 많소."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1922∼2007)의 '고양이 요람'(문학동네)은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릭스 호니커 박사에 관한 이야기다. 저널리스트 조나는 원자폭탄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모으던 중 1945년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지던 때 호니커 박사가 뭘 하고 있었는지 추적한다.

당시 여섯 살이던 아들 뉴트는 이렇게 기억했다. "아버지는 고리 모양 끈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손가락으로 실뜨기 놀이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고양이 요람'이라고 불리는 모양을 만들어내셨어요. (…) 시가 연기에 찌든 아버지에게서 지옥의 아가리 같은 냄새가 났어요. 그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아버지는 제가 본 가장 추한 생물이었습니다."

고양이 요람은 호니커 박사가 스스로에게 행복과 위안을 주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을 상징한다. 그는 지구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 또다른 살상무기 '아이스-나인'을 개발하기도 했다. 작가는 도덕적 책임에 무관심한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특유의 풍자와 유머로 경고한다.






보니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 징집돼 독일군에 포로로 붙잡힌 경험이 있다. 드레스덴 폭격의 참상을 목격하며 인간의 오만과 광기가 인류를 어떻게 위협하는지 깨달았다. 미국으로 돌아간 작가는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홍보담당자로 일하며 과학기술이 안고 있는 모순을 재차 확인했다.

1963년 발표한 '고양이 요람'은 대항문화를 대변하는 소설로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얻었다.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기지를 둘러싼 미국과 소련의 극한 대치로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때였다.

보니것은 자신의 작품 가운데 '제5도살장'과 함께 이 소설에 'A+' 점수를 매겼다. 국내에 몇 차례 소개된 바 있지만 이번에 새 번역으로 나왔다. 김송현정 옮김. 354쪽. 1만4천500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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