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9개 크기 해상에 200기 설치…"시간 두고 설득할 것"
(통영=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욕지도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이 초반부터 어민들 반발에 부닥쳐 진통을 겪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사업에 대한 정기위원회 허가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어민 반발을 부각하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라고 지적했다.
25일 통영시 등에 따르면 최근 민간사업자인 욕지풍력은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 서쪽으로 8.5㎞ 떨어진 해상에 계류식 해상기상탑을 설치하고자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신청했다.
욕지풍력은 사업 허가가 나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욕지도 서쪽 바다(두미도∼갈도 사이)에 1단계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4만8천㎡의 해상에 풍력발전기 70기(총 350㎿급)를 설치한 뒤 2·3차 계획으로 욕지도 남쪽 해역(갈도∼좌사리도 사이) 8만9천㎡ 해상에 130기를 추가 건설한다.
계획대로 조성되면 13만7천㎡ 규모의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이는 축구경기장 19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산자부는 신청을 받은 뒤 사업 인허가를 결정하기 위해 통영시와 국방부, 해양수산부 등에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사업 적합성을 판별하기 위해 통영시가 지역 여론 수렴에 나서자 일부 어민들과 수협 등 수산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풍력단지 건설·가동 과정에서 발생할 소음과 고압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저주파로 물고기 산란·서식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며 시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협의 요청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통영수협 관계자는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추진되는 지역은 통영·남해·고성 어민 상당수가 어업활동을 하는 황금어장"이라며 "이곳 해상에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 어민들은 더이상 어업활동 터전을 잃게 되는 만큼 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업이 구체화한다면 이에 대비해 지역 어민들과 수산업계가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조직적 대응에 나서는 것도 고려 중이다.
사업자인 욕지풍력 측은 착공이 빨라야 내후년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어민들과 수산업계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욕지풍력 관계자는 "사업성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용역을 준 기후 관측 자료가 내년 말에 나온다"며 "모든 인허가 과정이 순조롭게 풀린다고 해도 착공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유수면 이용을 위해 어민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 만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반박자료 작성과 설득에 나설 것"이라며 "사업성이 있는지도 확실히 모르는 상황에서 아직 어민 반대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대응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산자부는 정기허가나 환경영향평가도 전무한데 주민 반대여론으로 사업이 좌초될 위기라는 것은 너무 앞서간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정기허가, 환경영향평가,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거쳐 비로소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데 아직 1단계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주민여론 대응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재무·기술력을 중점적으로 보는 정기허가 뒤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환경영향평가 등 거쳐야 할 과정이 많은 사업"이라며 "그 과정에서 사업 허가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여론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의식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착공까지 시간도 많아 그사이에 보상 등으로 여론이 바뀌는 사업도 많아 이 건의 경우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시간을 두고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통영시는 조만간 요청받은 의견조회 자료를 취합·정리해 산자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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