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지난 24일(현지시간) 원 구성을 위해 첫 전체 모임을 한 독일 19대 연방의회는 확 달라진 정치환경을 선보이며 현 대연정 4년간 두드러졌던 '합의'의 정치 대신 '갈등'의 정치를 예고했다.
이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기독민주당 소속 볼프강 쇼이블레 신임 의장은 첫 연설에서 "전체 의원 중 40%가 초선"이라며 전례 없이 크게 달라진 환경이라고 일단 평가했다.
1972년부터 의원으로 활동하고 대연정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백전노장의 쇼이블레는 "누구도 스스로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민심에 어긋나는 대의(代義)를 경계한 뒤 의원들에게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도 상기시켰다.
그러곤 "우리가 서로 이야기하는 방식이 사회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며 의회의 모범적 숙의와 의제화 기능을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통일 전 냉전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미사일의 옛 서독 배치 이슈를 두고 벌어진 1970년대, 1980년대의 치열한 논쟁 역사를 되짚었다.
이는 옛 소련이 유럽을 향해 SS20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유럽 전역이 안보위기에 닥쳤을 때 퍼싱 2 등 미국의 핵미사일을 맞배치하는 문제를 놓고 일었던 사회적 대논쟁을 가리킨다.
당시 헬무트 슈미트 총리의 사회민주당 주도 연정은 이중결의(협상 실패 시 맞대응 미사일 배치)를 이끌었고, 이어진 헬무트 콜 총리의 기민당 주도 연정은 미사일을 실제로 배치했다.
쇼이블레 의장은 18대에 4개였던 원내교섭단체가 6개로 증가한 것이 현대사회가 직면한 도전적 과제의 분열적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지금껏 다수 기민기사연합과 함께 대연정을 이끌었지만 차기 정부에선 강력한 제1야당을 하겠다고 나선 사민당의 카르스텐 슈나이더 수석 원내부대표는 메르켈 총리를 거명하며 "당신의 정치 스타일 탓에 이곳 연방의회에 우익, 포퓰리스트 정당이 자리 잡았다"고 성토했다.
슈나이더 원내부대표는 "당신은 지난 총선 운동 기간, 주요 쟁점 현안을 둘러싼 모든 토의와 논쟁을 회피했다"며 메르켈 총리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의장 선출 이전, 임시로 의사봉을 잡은 자민당의 헤르만 오토 졸름스 의원은 "9월 24일 총선이 예상보다 많이 의회 내 힘의 균형을 바꿔놓았다"면서 "사람들을 주변화하거나 낙인 찍어 버리는 특별한 룰을 만드는 것을 경고한다"고 발언했다.
un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