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4강국 대사가 공식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조윤제 주미국, 노영민 주중국, 이수훈 주일본, 우윤근 주러시아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근 반년만이다. 문 대통령은 수여식에서 "북핵·미사일 문제가 워낙 엄중한 상황으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나아가 동북아 전체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 4대 국가 외교가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말하고 큰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4강 대사를 비(非) 외교관 출신들로 모두 채운 것에 대해 "4대국이 외교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을 대변하고 정치적 기준도 갖춘 분들이 맡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교 경험이 없거나 주재국 현안과 언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중량감도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들이 있었다. 이미 첫걸음을 뗐으니 지켜볼 일이다.
우리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하다. 주변에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70년 가까운 동맹마저 아랑곳하지 않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위대한 중화의 부흥'을 기치로 2050년 '세계 최강국' 달성을 호언하고, 24일 폐막한 제19차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마오쩌둥 반열의 '1인 절대권력' 구축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포진하고 있다. 또한, 승부수를 던진 22일의 중의원 선거에서 평화헌법 개헌 발의 선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둬 '전쟁 가능한 군사대국'으로 폭주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있다. 역시 '강한 러시아'를 외치면서 장기집권을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권력을 확고히 장악하고 '핵보유국'을 향해 물불 가리지 않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버티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이들 정상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부딪히면서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미리 주눅이 들 필요는 없지만, 녹록지 않은 구도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당면한 구체적 외교·안보 현안들도 고난도다. 미·일과 중·러 간의 대립 구도와 각국의 민족주의·국수주의 흐름 강화, 4강의 상이한 대북 정책 등에 의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문제가 물론 당면한 최대의 난제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 안 하면 협상은 없다면서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향해 폭주하는 북한과, 역대급 대북 경제·외교 제재에 필요하면 선제타격을 포함한 군사옵션 행사도 불사한다는 미국의 치킨게임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우발적 충돌에 따른 제2의 한반도 전쟁 리스크가 고조되는데 마땅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외에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 위협을 통한 미국의 통상 압박, 방위비 증액 압력 등 다른 중요 양자 사안도 적지 않다. 중국과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전방위 보복 문제가 현재진행형이고, 일본과는 군 위안부 및 역사교과서, 독도 영유권 문제에 더해 '전쟁 가능 군사대국'으로 질주하는 일본의 시대착오적 행태에 맞서야 한다.
4강국과 북한이 '힘의 외교'를 통해 위세를 부린다고 해서 흔들릴 필요는 없다.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화두로 삼아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우리는 물론 다른 나라들에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진정성 있고 끈질기게 설득해 나가는 '소프트 외교'가 절실하다. 적대하거나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우리의 입장을 지혜롭게 관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 전쟁 리스크를 부추기는 움직임에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해야 한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 밖의 외교·안보 현안들은 우리의 국익과 호혜적 관점을 기준으로 대처하면 된다. 4강 대사들은 오늘 자로 외교의 최전선에 투입되는 만큼, 온 몸을 던진다는 자세로 분발에 분발을 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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