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의에서도 부결 결정…"문화재청 딜레마에 빠져"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문화재위원회가 천연기념물 제171호인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안에 설치하려는 오색케이블 사업에 대해 25일 다시 반기를 들었다.
문화재위원회는 지금까지 문화재청과 엇박자를 낸 사례가 거의 없고 행정심판은 단심제여서 조건부 승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예상을 뒤엎고 부결로 뜻을 모았다.
문화재위원회는 이번 결정을 하기 전에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하라며 작성한 재결서를 검토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현상변경안을 부결했을 때와 특별히 달라진 내용이 없기 때문에 사업을 허가해 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앙행심위는 재결 당시 정부 9개 부처가 모여 논의한 국립공원위원회가 사후 관리 방안 수립 등을 조건으로 사업을 승인했고,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법정계획에 문화재 활용이 강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 허가를 내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문화재위원회가 행정심판의 기속력을 알면서도 부결한 이유는 문화재 보호다. 이들은 이날 설악산 오색삭도 현상변경안을 심의한 뒤 "케이블카 설치와 운영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이 현상변경을 허가하더라도 문화재에 끼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는 구속력이 없는 문화재청의 자문기구이고 행정심판을 무력화할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부결 결정은 사태를 꼬이게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울러 문화재위원회가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길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비록 행정심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문화재청이 앞으로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반면 문화재위원회가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를 조사하고 심의하는 조직인 만큼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해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화재계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결정으로 공을 넘겨받은 문화재청은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며 "당분간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