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선거법개정안 상원 신임투표 '8부 능선' 넘어…야당 반발(종합)

입력 2017-10-26 01:22  

伊, 선거법개정안 상원 신임투표 '8부 능선' 넘어…야당 반발(종합)

5차례 표결 중 4차례 통과·26일 최종 투표…오성운동, 거리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와 연계한 일명 '로사텔룸'으로 불리는 새로운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상원 표결이 8부 능선을 넘었다.

이탈리아 상원은 25일 오후 '로사텔룸'의 제1항에 대한 투표를 시작으로 4항까지 총 4차례의 표결을 실시했다. 약 100명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첫 표결이 찬성 150표, 반대 61표로 가결된 데 이어 내각 신임과 연계된 총 네 차례의 표결이 속속 통과됐다.

26일로 예정된 마지막 표결까지 가결될 경우 '로사텔룸'은 최종적으로 입법이 완료된다.

정부는 지난 12일 하원을 통과한 '로사텔룸'의 입법 시간을 단축하고, 반란표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원 투표와 마찬가지로 상원 표결 역시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와 연계했다.




만약 이 법안이 26일 상원 최종 표결에서 부결되면 새로운 선거법이 좌초되는 것은 물론 내각도 해산 수순을 밟아야 해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집권 민주당과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중도우파 소수정당 국민대안(AP),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마테오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북부동맹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제1야당 오성운동과 올 초 민주당 탈당파 정치인들이 구성한 소수 좌파 정당 민주혁신당(MDP), 우파 연합의 한 축인 극우성향의 이탈리아형제당(FDI) 등은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오성운동 소속 상원의원들은 이날 상원 표결 시 눈을 감거나, 흰 천으로 눈을 가리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분노를 분출했다.

오성운동 하원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상원 표결이 이뤄지는 동안 거리로 쏟아져나와 상원 표결을 내각 신임투표와 연계한 정부의 결정을 "국가기관에 의한 쿠데타"라고 부르며 맹렬히 비판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오성운동 창립자인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는 "'로사텔룸' 방식으로 총선을 치르는 것은 눈을 감고 투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성정당을 부패 세력으로 싸잡아 비판하며, 다른 정당과 손잡을 가능성을 배제해 온 오성운동은 총선 전 정당들의 연대를 허용한 '로사텔룸'이 오성운동에 불리하게끔 고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의원들을 대중의 직접 선거가 아닌, 사실상 정당들의 입김에 의해 선출하는 이 법안이 민주주의도 크게 훼손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발의자인 집권 민주당(PD) 소속 하원 원내총무인 에토레 로사토의 이름을 딴 '로사텔룸'은 전체 의원의 36%는 한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를 당선시키는 소선거구제로 뽑고, 나머지 64%는 정당별 득표율로 할당하는 비례대표제로 채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현행과는 달리 선거를 치르기 전에 각 정당끼리의 연합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원내 진출을 위해서는 정당끼리 연합한 세력의 경우 전국 득표율 10%를 넘겨야 하고, 연합 없이 단독으로 선거에 임하는 정당은 전국 득표율 3%를 확보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이 상원 표결을 통과하면 늦어도 내년 5월엔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이탈리아 총선은 이런 규정에 따라 치러지게 된다.

현재 집권 민주당, 오성운동, FI와 북부동맹이 연합한 우파 동맹이 각각 30%에 근접하는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로사텔룸' 방식에서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는 이른바 '헝 의회'가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작년 12월 렌치 전 총리가 주도한 헌법개혁 국민투표가 부결된 직후부터 조기 총선 가능성이 대두됐으나,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정치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의원 선출 방식이 서로 다른 현행 상원과 하원의 선거법을 일치시켜야 한다며 의회에 선거법 개정을 주문했다.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던 이탈리아 주요 정당들은 지난 6월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으나, 이 법안은 의회 표결 과정에서 숨은 반란표가 나오며 결국 입법 관문을 넘지 못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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