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성장'이라는데…일자리·소비 지표는 여전히 싸늘

입력 2017-10-26 09:26   수정 2017-10-26 09:52

'깜짝 성장'이라는데…일자리·소비 지표는 여전히 싸늘

소비 다시 0%대로 주저앉아…고용 한파도 계속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기자 = 한국 경제가 올해 3분기 '깜짝 성장'했지만 정작 서민 경제의 상황은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지난해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닫히기 시작한 지갑은 좀체 열리지 않고 있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실업률 고공행진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1.4%에 달했지만 민간소비는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5년까지 매분기 평균 1% 내외 성장세를 보이던 민간소비는 지난해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0%대 증가율에 머물렀다.

올해는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1분기 0.4%, 2분기 1.0%로 회복되는 듯했지만 3분기 다시 0%대로 돌아서고 말았다.

경기 회복세에도 서민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못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아직 충분히걷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미국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한 데 이어 국제신용평가사 신용등급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등 대외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북한 핵 리스크, 가계부채, 금리 인상 등 대내 변수는 여전한 상황이다.






장기화하는 고용 한파 역시 소비의 발목을 잡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3분기 고용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안정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보면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취업자 수 증가는 7월 31만3천 명, 8월 21만2천 명, 9월 31만4천 명을 기록했다.

7월은 건설업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했지만, 제조업 취업자가 증가하면서 2월부터 이어지던 30만 명 대 증가 폭을 계속 유지했다.

하지만 8월은 7개월 만에 증가 폭이 20만 명대로 고꾸라졌다. 2013년 2월 20만1천 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었다.

건설업 일용직 취업자 수가 크게 둔화했고, 무엇보다 15∼29세 청년실업률이 8월 기준을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1999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9월은 다시 30만 명대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명절을 앞둔 시점에는 유통 관련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열흘에 달하는 10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취업자 증가세는 강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아울러 질 좋은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증가세는 감소했고, 전날 감소했던 자영업자는 다시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경기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도 일부 관측됐다.

고용 지표가 성장을 견인한 수출 지표와 괴리를 보이는 것은 수출이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도체 등 장비산업 위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부문장은 "반도체는 고용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는 장비산업에 속한다"며 "반도체를 위주로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당장 체감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장률의 깜짝 증가는 반가운 일이지만 수출에 크게 기댄 측면이 있고 확산 효과도 제한된 점 등을 고려해 정책을 신중히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상 등 긴축 수단에 서둘러 힘을 싣는 것보다는 경기 회복세가 서민 체감 지표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긴축적으로 경제를 운용하면 국민 체감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소비와 고용 등 국민이 체감하는 지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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