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로 결정…사업속도 내려고 서울시 요구 수용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최고 49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해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층수를 최고 35층으로 낮춰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49층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심의조차 해주지 않는 서울시에 가로막혀 재건축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자,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 요구를 수용해 '차선책' 35층을 택한 것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26일 주민들로부터 최고 층수 35층 안과 49층 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동의서를 제출받은 결과, 35층 안이 과반의 동의를 얻어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지난 19일 주민들을 상대로 재건축 최고 층수 35층 안과 49층 안에 대한 설명회를 연 데 이어 전날까지 주민들로부터 의사를 묻는 동의서를 받아왔다.
추진위는 이 아파트 토지 등 소유자 3천662명을 상대로 의견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2천601명이 35층 재건축을 선택했다.
그간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고 49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해 왔으나 서울시가 지난 8월 이 아파트 조합이 제출한 정비계획안을 이례적으로 '미심의'하며 퇴짜를 놨다.
서울시와 조합은 2015년 말부터 5차례에 걸쳐 층수 조정을 위한 사전협의를 해왔으나 서울시는 35층 높이를 고수하고 주민들은 49층 재건축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은마아파트의 입지가 최고 50층이 허용된 잠실 주공5단지와 달리 '광역중심지'의 입지에 있지 않아 종상향을 통한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서울시가 거듭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자 추진위가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서 49층 재건축 추진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2003년 추진위가 설립된 이후 재건축 추진 단계만 14년째 머물고 있다"며 "재건축은 속도가 중요하므로 서울시의 반대 입장이 확고한 상황에서 49층을 무한정 고집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은마아파트 조합은 14층 높이의 4천424가구 아파트를 철거해 최고 49층 6천54가구로 재건축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번에 주민들이 선택한 35층 안은 재건축을 할 경우 가구 수를 5천900여 가구로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49층 안과 재건축 목표 가구 수를 최대한 비슷하게 유지한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에서 주민들이 서둘러 재건축을 추진하길 원한다는 의견이 확인된 만큼, 추진위는 정비계획안이 가까운 시일에 열리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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