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국내 경제이권 걸린 美사업가들 동원, 美정부에 강제송환 로비
美법무장관, 사임 카드 흔들며 송환론자들과 충돌…궈원구이는 반중파와 손잡기 시작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 뉴욕에 거주하면서 올해 초부터 중국 지도부의 부패상을 사회 매체들을 통해 고발해오다 지난달 미 정부에 망명 신청을 한 중국의 부동산 갑부 궈원구이(郭文貴.50) 문제가 앞으로 미·중 관계에서 시한폭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궈원구이 문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대중 관계를 중시하는 국무부와 법 집행을 강조하는 법무부간 갈등을 포함해 백악관 안팎에서 대중 온건파와 강경파간 대립에 따른 파열음을 낳고 있다.
중국 정보기관들이 궈원구이를 만나 회유·협박하는 것을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이 알고 비자 규정 위반 혐의로 중국 요원들을 체포하려 했으나, 이로 인해 법무부와 국무부가 충돌했고, 백악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궈원구이를 추방하려는 것을 보좌진이 말렸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22일 보도와 다른 언론들의 후속 보도들에서 이런 전망이 주를 이룬다.
월스트리트의 보도는 강대국 간 첩보영화에 방불하는 부분 위주로 부각됐으나, 포린 폴리시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궈원구이를 중국 정부의 소원대로 추방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 경로에 초점을 맞춰,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인 스티브 윈 공화당 전당대회(RNC) 재무위원장의 마카오 도박 사업과 중국 간 이해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5월 사건 한 달여 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 보좌진과 함께 방첩기관으로부터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에 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스티브가 준 편지가 어디 있지?"라고 비서관에게 물으며 "이 범법자를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편지는 중국 정부가 궈원구이를 중국으로 송환해달라고 미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으로, 스티브 윈이 백악관에서 열린 한 비공식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미국 일부 국가안보 관계자들은 중국 최고 지도부와 경제계 거물, 북한 등에 관해 고급 정보를 갖고 있다고 자처하는 궈원구이가 대중 협상 카드로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참모진은 궈원구이가 트럼프 대통령 소유 마라라고 클럽 회원이라는 사실까지 상기시켜가며 트럼프 대통령을 말렸다고 디플로매트는 24일 전했다.
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잡고 궈원구이의 추방 생각을 주입한 스티브 윈은 카지노 업계 거물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었으나 대선 기간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에 찬성하지 않아 거리를 뒀다가 트럼프가 당선된 뒤 다시 가까워졌다.
스티브 윈의 마카오 카지노는 2013년엔 라스베이거스 수입보다 7배나 많은 돈을 가져다줬으나, 중국의 반부패 바람에 2015년엔 순수익이 거의 40%나 감소하는 타격을 받았다. 윈은 그러나 RNC 재무위원장을 맡은 지 3개월 만인 지난 4월 1/4분기 수익이 예상을 초과하는 등 마카오 카지노 사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선언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포린 폴리시는 '백악관에 직접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스티브 윈과 '마카오 도박 사업을 망하게도 흥하게도 할 수 있는' 중국 정부의 이해관계에 주목하면서 "중국이 마침내 트럼프에 접근하는 암호를 풀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책 결정 때 국무부와 전문 외교관들을 제쳐 놓는 일이 자주 있으며, 국무부 주요 직책도 수십 자리를 아직 공석으로 남겨 두고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이로 인해 많은 외국 정부들은 미국 측 창구를 찾지 못한 채 백악관과 줄이 닿는 다른 통로를 찾아 헤매고" 있는데 중국은 백악관 비밀 통로가 어디 있는지 파악했다는 것이다.
디플로매트 역시 궈원구이에 대한 중국 측의 회유 공작보다는 미국 측 대응, 즉 FBI를 관장하는 법무부와 "북한 문제에서부터 무역정책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협력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벌집을 쑤시는 결과가 되기보다는 온건한 대중 접근을 더 원하는" 국무부 간 갈등에 주목하면서 "궈원구이 문제는 끝난 게 아니라…이제 시작"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내 궈원구이 갈등은 워싱턴 타임스의 25일 보도로 그 격렬함이 새삼 드러났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궈원구이의 강제 송환을 막기 위해 사임 카드를 꺼내 들며 트럼프 행정부 내 친중파들과 충돌했다는 것이다.
세션스 장관은 지난봄 궈원구이의 중국 송환을 주장하는 백악관과 국무부 관리들과 가진 회의에서 중국 송환에 동의하느니 사임하겠다고 위협했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중국에 경제 이권이 걸린 미국 사업가들을 동원, 미 정부에 궈원구이의 송환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워싱턴 타임스는 설명했다.
이런 사례들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권력이 더욱 강화된 제19차 당 대회가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둠에 따라 궈원구이는 미·중 관계에서 더욱 심각한 인화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궈원구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중심으로 한 미국 내 반중파와 제휴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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