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실력자로 바르니에 대표와도 알력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비서실장인 마르틴 젤마이어(46)가 영국의 공적(公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 출신 변호사인 젤마이어는 무엇보다 최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융커 위원장 간 만찬 대화 내용을 독일 언론에 누출한 의혹을 받으면서 영국 언론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마치 브렉시트 협상의 난항에 대한 화풀이 대상을 찾은 듯하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이 지난 22일 메이 총리가 융커 위원장에게 브렉시트 협상이 잘되도록 도와달라고 '애걸'했다고 보도함으로써 영국 여론이 발끈했다.
그리고 대화 내용을 누출한 주범으로 융커 위원장의 핵심측근인 젤마이어가 지목됐다.
당시 만찬에는 메이 총리외 융커 위원장,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 등이 참석했으며 젤마이어도 만찬 참석 6인 가운데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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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마이어 본인은 물론 융커 위원장도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젤마이어는 앞서 한차례 유사한 누출 혐의를 받은 바 있어 그에 대한 영국 측의 공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 측은 나아가 향후 브렉시트 협상의 최대 장애 가운데 하나로 젤마이어를 지목하고 있다.
2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정치전문사이트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그는 융커 위원장의 비서실장으로 EU 집행위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EU 집행위의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인 바르니에(프랑스)와도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 측은 향후 브렉시트 협상이 영국-EU 간 이견은 물론 EU 자체 내분으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젤마이어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한 만큼 그를 거치지 않고 브렉시트 협상이 순항할 수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으며 관리들은 융커 위원장과 협상하는 것은 바로 젤마이어와 협상하는 것이라고 그의 영향력을 지칭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젤마이어는 브뤼셀의 라스푸틴, 또는 괴물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얻고 있다.
그는 최근 열린 EU 정상회의를 정리하는 문서에서 브렉시트 협상대표인 '미셸 바르니에' 대신 EU 집행위원회로 표현하도록 하는 등 바르니에 측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르니에와 집행위는 EU 협상대표라는 점에서 공문서상 차이가 없다.
지난번 EU 집행위원장 선거에서 융커와 경쟁했던 바르니에는 융커가 퇴진하는 2019년 당연히 집행위원장에 재도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성공적인 브렉시트 협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융커가 재임하는 동안은 젤마이어의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이며 양자 간 알력이 향후 브렉시트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영국 측은 걱정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융커의 괴물이 영국을 괴롭히고 있다'고 비유했다.
변호사로 독일 기민당 소속인 젤마이어는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의 미디어 그룹 베르텔스만 그룹 법률 고문을 거쳤으며 베르텔스만 그룹의 브뤼셀 사무소에 근무하다 2004년 EU 집행위에 들어왔다.
융커가 EU 집행위원장 자리를 놓고 바르니에와 경쟁을 벌이던 때 융커의 선거본부장을 맡았으며 현재 집행위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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