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표 불출마 속 케냐타 현 대통령 압승 전망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대법원 판결에 따라 대선 재투표가 26일(현지시간) 개시된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경찰과 대선 거부 시위대가 충돌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케냐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6시께 수도 나이로비 중심부를 포함해 전역 대부분 지역에서 삼엄한 경비 속에 대선 재투표를 시작했다. 이날 투표는 오후 5시에 끝날 예정이다.
그러나 케냐 야권 대표인 라일라 오딩가와 그 지지자들이 대선을 거부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파행이 속출하고 있다.
대선 보이콧을 선언한 오딩가 지지자들이 다수인 케냐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소가 폐쇄됐다.
나이로비 서부 키수무 빈민가에서는 오전부터 수백명이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친 채 투표소 진입로를 막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에 케냐 경찰은 허공을 향해 총을 쏘거나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케냐 서부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도 투표소가 아예 문을 열지 못하거나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케냐 선관위는 전날 예정대로 26일 대선 재투표를 강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오딩가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가가 치러질 수 없다는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말고 집에 머물라"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대선 재투표가 예정대로 끝난다면 케냐탸 우후루 케냐 대통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케냐타 대통령은 오딩가가 빠진 이번 재선거에서 나머지 군소 후보 5명을 손쉽게 물리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투표율은 저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서 케냐에서는 지난 8월 치른 대선에서 케냐타 대통령이 당선된 것으로 발표된 선거 결과를 대법원이 무효로 하면서 케냐타 대통령과 2위를 차지했던 오딩가 후보가 다시 대결하라고 판결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당시 표결에서 54.27%의 득표율로, 44.74%에 그친 오딩가 후보를 따돌렸다.
이 판결 직후 케냐타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그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오딩가 후보는 선관위 위원 중 일부를 교체하고 몇 가지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다시 치러지는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케냐에서는 지난 8월 대선 이후 부정 선거 공방 속에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등으로 약 70명이 숨졌다.
10년전에도 케냐에서는 대선 직후 부정선거 논란 속에 최악의 유혈사태로 1천100명이 숨지고 60만여명이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피신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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