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법원, 재판 첫날 보석 결정…피고 "테러조직 협력혐의 터무니없어"
獨 "이해할수 없는 이유로 구금된 다른 독일인도 풀려나야"
(이스탄불·베를린=연합뉴스) 하채림 이광빈 특파원 = 테러조직 협력 혐의로 터키에서 기소된 인권운동가 8명이 투옥된 지 110일만에 풀려났다.
이스탄불법원은 25일 밤(현지시간) 이딜 에세르 국제앰네스티 터키지국장과 독일 국적 페터 슈토이트너 등 국내외 인권운동가 8명을 석방했다.
에세르 등 10명은 올해 7월 터키 마르마라해(海) 프렌스제도의 한 호텔에서 정보 보안 관련 워크숍을 하던 중 현장에 들이닥친 경찰에 연행됐다.
투옥된 지 석달이 넘어 열린 첫 재판에서 법원은 외국 국적 2명을 포함해 8명에게 보석 결정을 내렸다.
같은 사건으로 동시에 투옥된 다른 2명은 먼저 풀려났다.
피고 10명은 좌익 또는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조직을 지원하고,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조직을 부추기는 등 테러조직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이날 법정에서 피고들은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다.
26일 자정이 지나 풀려난 8명은 동료들과 포옹하며 감격을 나눴다.
슈토이트너는 "법적으로나 외교적으로, 그리고 연대로 우리를 지지한 모든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울먹였다.
스웨덴 국적의 알리 가라비는 "우리는 이제 큰 가족을 얻었다"면서 "어디에서 어떻게 했든, 여러분이 우리를 빼냈다"고 했다.
한편 다른 사건으로 투옥된 앰네스티 터키지부 의장 타네르 클르츠 변호사도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클르츠 변호사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독일정부는 슈토이트너의 석방을 환영하면서, 다른 독일인도 조속히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교장관은 성명을 내어 "이번 결정은 법적 절차의 중요성과 공정한 판결을 요구한 독일의 입장이 수용된 것"이라고 환영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터키에는 여전히 다른 독일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구금돼 있다"며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기간에 터키의 EU 가입을 위한 재정지원 축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터키를 압박했다.
최근에는 독일정부가 국영 독일재건은행(KfW), 유럽투자은행(EI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터키 지원을 끊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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