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부정적인 녹색당의 獨연정협상 참여로 실질적 관계회복 미지수
(베를린·모스크바=연합뉴스) 이광빈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모스크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의 신뢰 회복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26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전날 회담에서 양국 간의 경제 교류와 우크라이나 사태, 시리아 내전 문제,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양국 간에 행복할 수 없었던 관계를 증진시키기위해 대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독일 간의 관계가 어려운 시기에 러시아에 왔다"면서 "이 같은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와 독일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
그 와중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취해진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를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러시아와는 다소 우호적인 사회민주당 소속이다. 사민당 소속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前) 총리는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감독이사회 의장을 맡아 지난 총선 과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2015년 맺어진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민스크 평화협정이 준수돼야 한다는 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견해를 같이했다고 말했다.
또 EU의 대러 제재에도 러-독 경제 관계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잘 알려진 정치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러-독 관계는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있으며, 우리는 서로 도와가며 관계 발전을 위해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 제재로 인한 위축에도 독일은 여전히 러시아의 주요 대외경제 파트너로 남아있다면서 "2016년 양국 교역이 11% 줄어든
반면 올해 1~7월에는 25% 성장을 보였으며, 독일의 대러 직접투자도 성장세로 돌아서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투자액보다 많은 3억1천2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푸틴은 또 현재 러시아에선 5천500개 이상의 독일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의 전체 매출은 500억 달러가 넘는다고 상기시켰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기간 독일 통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도 면담했다.
정상회담은 우호적으로 끝났지만, 독일의 러시아 정책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내각제인 독일에서 대통령직은 실권이 없는 상징적인 국가원수인 데다, 사민당은 지난 총선을 계기로 대연정 참여를 끝내고 야당의 길을 걷기로 했다.
더구나 실권을 가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여전히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데 부정적이고, 새 내각을 위한 연정협상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 지원을 비판해온 녹색당이 참여해 있다.
연정협상이 타결될 경우 새 외무장관 자리는 녹색당에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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