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회의서 일선 법관 면담결과 공유…최종 결정까지 '장고' 전망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이 머리를 맞댄다. 장장 6개월을 끈 논란으로 골이 깊어진 법원 구성원 간 갈등을 봉합할 묘안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대법원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은 이날 대법관회의를 열어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비롯한 각종 현안을 논의한다.
정례적으로 개최되는 대법관회의 방식이지만 민감한 사안이 포함된 논의라는 점을 고려해 대법원은 시간과 장소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논의 결과도 따로 공표하지 않을 방침이다.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는 대법원장은 통상적으로 중요한 사법행정 사안에 관해서는 대법관회의의 의결을 거쳐 처리한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중요 사안에 대해 당장 의결을 거쳐 결론을 내리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경륜이 풍부한 대법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만남의 성격이 강하다.
김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16일부터 시작한 일선 법관 면담결과를 대법관들과 공유한 후 추가 조사 필요성에 대해 대법관들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의 의견을 세밀하게 청취해 결론을 내리는 데 참고할 계획이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을) 사법부 내 다른 그룹과 같은 비중으로 두기는 어렵고 높은 비중으로 듣겠다. 최대한 많이 존중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다만 대법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돼 쉽게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김 대법원장은 논의가 끝나는 대로 추가 조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지를 내놓을지는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블랙리스트 의혹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추가 조사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은 의혹을 철저히 밝혀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예측이다.
반면 이미 전직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를 마친 만큼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남길 수 있는 추가 조사를 쉽게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신 유사한 의혹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 개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블랙리스트 의혹을 둘러싼 관심이 줄어든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을 가진 판사들의 신상 자료를 따로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다. 올해 초 의혹이 제기돼 대법원이 진상조사위를 꾸려 조사했지만, 4월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일부 판사들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결국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구성돼 의혹을 추가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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