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공원에서 웅크린 채 부둥켜안은 조각상 바라보다 웃으며 농담
폴리티코 "트럼프 모욕 견뎌온 틸러슨, 몸을 웅크리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갈등과 사퇴설에 시달려온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심리적으로 힘들거나 의기소침할 때 쓰는 관용적 표현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의 한 공원을 찾아 몸을 둥글게 만 채 서로 부둥켜안은 두 사람을 조각한 동상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래, 가끔은 저렇게 할 필요가 있는 듯싶다. 몸을 둥글게 웅크리는 것(Curl up in a ball)"이라고 농담조로 웃으면서 말했다고 ABC 방송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보도했다.
이 표현은 주로 '울다', '숨다' 등의 동사가 뒤에 수반되는 관용구로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거나 긴장이 심한 상태에서 쓰는 말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설명이다.
ABC 방송은 트위터 계정에 이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함께 남겼다.
미국 언론들은 틸러슨 장관의 이날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해석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로 불렀다는 NBC 방송 보도와 틸러슨 장관의 대북 대화론에 대해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내용 등을 일제히 거론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욕을 반복적으로 견뎌야 했던 틸러슨 장관이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틸러슨 장관은 그가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싶은 날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틸러슨 장관의 지인인 제이슨 젱얼리 칼럼니스트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틸러슨 장관은 9월 말 집무실에서 나를 만나 '대통령과 관계를 형성해야 했던 것'을 가장 어려운 일로 꼽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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