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로 글로벌 은행들이 런던을 떠나기 위해 짐을 싸기 시작하면서 영국 국가 재정에서 수십조 원이 증발할 가능성이 커졌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16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 1년 동안 영국 정부가 은행 분야에서 거둬들인 돈은 350억 파운드(약 52조원)에 달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가운데 외국계 은행이 국가 재정에 기여한 금액은 170억 파운드, 한화로 25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은행의 법인세와 부가가치세(VAT), 국민보험(NI) 기여금은 물론 임직원이 내는 소득세와 VAT, 인지세 등을 모두 합친 것이다.
문제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런던이 지녔던 유럽 금융허브 장점이 퇴색하면서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하나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7월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유럽 거점을 런던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도이체방크와 씨티그룹도 각각 프랑크푸르트와 룩셈부르크로 이동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은행의 이동으로 영국 재정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스 로이-초두리 공인회계사협회(ACCA) 조세 부문장은 "일부 기업들이 브렉시트로 영국을 떠나면서 은행 분야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루 팩맨 PwC 조세 투명성 담당은 남은 브렉시트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쁜) 협상 결과가 나온다면 이는 런던에 있는 외국계 은행의 활동과 그들이 영국에 내는 세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은 12월까지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플랜B'를 준비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EU 27개국은 지난 25일 영국과의 미래관계에 관한 논의에 나서기로 했으며, 남은 두 달 동안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더라도 연말부터는 무역협정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영국과 EU 회원국들은 지금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다섯 차례 진행했지만, 영국의 EU 탈퇴조건과 관련한 3대 핵심쟁점에서 이렇다 할 진전이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he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