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공석인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이진성 헌법재판관이 27일 지명됐다. 지난 9월 11일 김이수 재판관에 대한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지 한 달 반여 만이다. 후보로 지명된 이진성 후보자는 내년 9월 19일 재판관 임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국회 동의절차를 통과해 취임할 경우 11개월이 조금 못 되는 시간 동안 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해 9인 재판관 체제를 완비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이번에 헌재소장까지 지명됨으로써 일단 '헌재가 온전한 구성체가 돼야 한다'는 헌재 재판관들의 요청은 1차 답변을 받은 셈이 됐다.
이진성 헌재소장후보자 지명은 고심 끝에 나온 절충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청와대는 소장 임기와 관련한 입법적 미비를 먼저 해소하고 소장을 지명한다는 입장이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이 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재판소장의 임기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부분을 문제로 봤다. 임기 규정의 모호함 때문에 현직 헌법재판관이 소장으로 임명되면 신임 헌재소장의 임기는 새로 6년이 시작된다는 해석과 기존 재판관의 잔여 임기만을 소장으로 일해야 한다는 해석이 충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런 해석상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법률로 헌재소장의 임기가 확정돼야 한다는 게 청와대 시각이었다. 이 소장후보자 지명은 청와대가 입법적 미비 해소에 매달리기보다는 헌재 공백 사태를 우선 해소하는 쪽으로 선회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또 김이수 후보 부결 때 이념적 성향에 대해 야당 쪽의 끈질긴 추궁이 있었던 사실도 염두에 둔 인선으로 보인다. 이진성 재판관은 지난 2012년 양승태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아 재판관이 된 만큼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며 법원 안팎에서는 '온건한 합리주의자'로 통한다. 하지만 재판관 재직 시에는 소신 있게 소수의견도 많이 내놓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때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함께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보충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력으로 볼 때 보수 야당도 크게 반발할 후보는 아닌 듯하다. 청와대가 김이수 권한대행 다음의 선임 재판관이라는 사실을 적시한 이유도 상호 명분을 살리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 소장후보 지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헌재소장 공백에 대한 국민 우려와 임명 계획을 밝히라는 정치권의 요구를 고려했다"고 밝히면서 인사청문회를 조속히 실시해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덧붙여 "입법 미비도 국회에서 원만히 처리해주길 기대한다"고 주문하면서 이 후보자가 잔여 임기만 수행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여전히 헌재소장 임기의 입법 미비 문제는 남아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국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이렇게 논란이 된 이상 차제에 거론된 문제를 정리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소위 3부의 동등한 인사권과 구성원칙 문제를 함께 풀어낼 방안도 나오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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