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미국의 목표는 전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한미 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방한한 매티스 장관은 이날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JSA를 방문한 자리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분명히 말했듯, 우리의 목표는 전쟁이 아니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북한의 무모한 행동에 대응할 외교적 해법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북한 핵 문제 해법으로 내내 해온 말이고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지만 북한군을 지척에 두고 미군을 통솔하는 국방장관이 한 발언이라 더 큰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김정은 체제가 가하는 위협에 대응해 한국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다", "양국 방어를 위한 굳건한 군사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을 약속한다" 등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는 발언도 했으나 역시 방점은 외교적 해법에 찍힌 것 같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매티스 장관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25m 떨어진 '오울렛 초소(OP)'에 올라 북한 측 동향을 살펴보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인사들이 이곳을 찾았을 때 항공 재킷이나 군복 상의를 입었던 것과 달리 매티스 장관은 남색 정장에 넥타이 차림을 했다. 옷차림에서 대북 유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신경을 썼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 미군의 항공모함 3척이 전진 배치되고 미국 측에서 여전히 거리낌 없이 군사옵션을 얘기하는 상황에서 나온 매티스 국방장관의 메시지가 북한 지도부에도 제대로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미국 하원에서 지난 26일(현시시간) 의회 승인 없이는 북한을 공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한국전 참전 경험이 있는 존 코니어스 의원(미시간)이 여야 의원 60여 명과 함께 발의한 이 법안은 북한에 대한 독단적 군사행동에 예산지출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원에서도 외교위 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매사추세츠)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실제 법으로 발효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나, 대북 강경 발언을 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북한 선제공격이 초래할 대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 선제타격에 나설 때 장사정포를 괴멸하는데 일주일 정도 걸리고, 그 사이에 북한이 장사정포로 반격하면 하루 6만 명가량의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워싱턴D.C.에서 미정부 관계자한테 듣고 기자들에게 전한 얘기다.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일이다. 장사정포 반격만 그렇고 생화학무기나 핵폭탄까지 동원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피해가 날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외교적 해법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북한의 위협이 선을 넘어섰다고 판단할 때를 대비한 카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군사옵션을 준비해온 매티스 장관이 남북 군사분계선을 바라보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미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 군사행동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우리한테 별다른 수단이 없다고 방관만 할 수는 없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에 우리 힘닿는 데까지 동참하고, 전쟁을 막으려는 노력도 함께 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오판을 막고 생각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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