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알아봤나…빈살만·푸틴 지지에 브렌트 '마의벽' 60弗 돌파

입력 2017-10-2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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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알아봤나…빈살만·푸틴 지지에 브렌트 '마의벽' 60弗 돌파

2015년 7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60달러 넘어…WTI도 8개월래 최고

브렌트-WTI 격차는 6달러로 벌어져…미국 산유량 5년래 최고·시추공도 늘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국제유가가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실권자의 말 한마디 덕에 훌쩍 뛰어올랐다.

북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년이 지나도록 넘지 못하던 배럴당 60달러의 고지를 마침내 밟았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약 8개월 만에 최고로 올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및 비회원국의 감산 합의 연장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유가 상승세에 베팅하고 있다.




◇ 만년 50달러 못 벗어나던 브렌트油, 2년 만에 처음으로 60달러 돌파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28일(한국시간) 전날 종가보다 1.92% 상승한 배럴당 60.4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근월물 가격은 이날 오전 배럴당 60.65달러까지 올랐다가 장 마감 직전에 상승 폭을 약간 줄였다.

종가 기준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60달러를 넘긴 것은 2015년 7월 3일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브렌트유는 지난 1월에도 장중 기준으로 58달러 중반에 거래됐으며 지난달에는 59.49달러까지 기록했지만, 60달러의 벽 앞에서 번번이 주저앉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주에만 4.6% 상승하면서 '마의 벽'을 넘어섰다.

또 다른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WTI 근월물 가격도 2% 넘게 뛰어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거래 WTI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2.39% 오른 53.90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올해 2월 28일 이후 약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값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10월 18∼24일 헤지펀드들의 브렌트유 순매수 규모는 50만6천737계약으로, 전보다 2.6% 늘었다. 매도 포지션은 6.6% 줄어들어 2월 이후 가장 낮아졌다.

WTI 순매수 포지션은 7.2% 늘어난 23만4천878계약으로, 4주 만에 처음으로 늘어났다.

애슐리 피터슨 스트라타스 어드바이저 원유 애널리스트는 "원유가 연말까지 탄탄한 모습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우디 실세 왕자 빈살만·러시아 21세기 차르 푸틴 지지가 '방아쇠'

2년 넘게 60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던 브렌트유 가격이 저항선을 깰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수뇌들이 내놓은 감산 지지 발언이었다.

사우디 제1 왕위계승자이자 차기 국왕으로 꼽히는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원유 수급 안정을 위해 감산을 연장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유 생산량 감축 약속이 내년 연말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던 것과 맞물려 유가를 끌어올렸다.

그간 내년 3월까지 예정된 감산 합의를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나 기대는 많았지만, OPEC의 맹주인 사우디와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최고위급이 연달아 지지 발언을 내놓은 적은 없었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도 빈살만 왕세자의 발언 다음 날 사우디와 러시아가 분명하게 감산 합의 9개월 추가 연장에 지지를 표명했다며 "다음 정례회의를 앞두고 안개가 걷혔다"고 표현했다.

이제 남은 관건은 다음달 30일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감산 연장 합의가 실제로 이뤄지느냐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만약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내년에도 감산을 연장하는 데 합의한다면 우리는 원유 시장이 2019년까지 약한 정도의 공급 부족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美시장에는 '온도차'…브렌트-WTI 가격 격차 6달러 넘게 벌어져

원유시장이 저유가 늪에서 벗어나 꿈틀대고 있지만, 브렌트와 WTI 사이에는 온도 차가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렌트유와 WTI 선물 가격 차이는 지난 26일 6.6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6월 이후 가장 큰 격차다.

2015년 말부터 올해 여름까지 두 벤치마크의 가격 차이가 3달러 이상 벌어지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격차가 뚜렷해진 셈이다.

OPEC 회원 및 비회원국의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미국에서 산유량이 끊임없이 늘어나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산유량은 2012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재고량도 전주보다 90만 배럴 가까이 늘어난 4억5천730만 배럴로 집계됐다.

유가가 오름세를 타고 미국 내에서 생산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엿보인다.

베이커 휴즈가 집계하는 미국 원유 시추공 수도 지난주(10월 21∼27일) 737개로 전주보다 1개 늘었다. 지난달 마지막 주부터 3주 연속으로 이어지던 감소세가 끊긴 셈이다.

제이 해트필드 인프라캡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TI는) 50∼55달러 범위에 갇혀 있다"며 내년에 WTI 선물 가격이 55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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