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3차전서 두산 타선 7이닝 3실점 봉쇄
"적극적으로 던진 게 주효"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는 자체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유지하며 한국시리즈 대전 상대를 기다렸다.
연습경기에서 좌완 투수 팻딘(28)이 투구하는 걸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컨디션이 너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는 "양현종보다도 좋을 정도"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들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정규시즌 9승(7패)에 그쳐 양현종-헥터 노에시 '20승 듀오'에 밀린 팻딘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누구도 부럽지 않을 호투를 펼쳤다.
최고 시속은 150㎞까지 나와 두산 타자를 압도했고, 여기에 하나씩 변형 패스트볼을 던져 땅볼을 유도했다.
팻딘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96구 6피안타 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팀의 6-3 승리를 견인했다.
출발은 조금 불안했다. 1회 말 선두타자 민병헌에게 안타를 내줬고, 오재원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 실점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팻딘은 박건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김재환까지 1루수 땅볼로 돌려세워 가장 까다로운 산을 넘었다.
1-0으로 앞선 3회 말에는 2사 후 민병헌과 오재일에게 연속 안타를 내줘 1, 3루에 몰렸지만, 박건우를 내야 뜬공으로 요리했다.
팻딘도 실점을 피할 수는 없었다. 3-0으로 앞선 4회 말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2루타를 내준 뒤 오재일의 땅볼, 양의지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줬다.
4-1로 앞선 7회 말에는 닉 에반스에게 시속 147㎞ 직구를 던졌다가 솔로포를 맞기도 했다.
그래도 팻딘은 대량 실점 없이 리드를 지킨 채 경기를 끌고 갔다.
전력을 다해 투구한 탓인지 팻딘은 공 100개에 가까워질수록 공에 힘이 빠졌다.
8회에도 등판한 팻딘은 민병헌에게 안타, 오재원에게 볼넷을 내주고는 4-2로 앞선 무사 1, 2루에서 임창용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후 김재환의 안타로 민병헌이 홈을 밟아 팻딘의 자책점은 3점이 됐지만, KIA는 불펜을 가동해 4-3 리드를 지킨 채 8회를 마쳤다.
팻딘은 시즌 중반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후로는 5회까지 채우는 것조차 힘들었다.
당시 리그 선두를 달리던 KIA는 팻딘 교체를 충분히 검토할 만했다. 그러나 KIA는 대체 선수를 알아보는 대신 팻딘에게 "너와 같이 갈 테니 염려 말고 던져달라"는 것만 당부했다.
결국, 팻딘은 정규시즌 막판 컨디션을 되찾아 1위 수성에 힘을 보태더니,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분수령이 될 3차전까지 호투해 믿음에 보답했다.
이날 경기 데일리 MVP로 뽑힌 팻딘은 "적극적으로 던진 건 미리 계획했던 거다. 서로 적극적으로 나오면 아웃카운트 잡기 쉬운 거라고 계산했다. 다행히 대부분 약하게 맞아서 우리 야수들이 잡아줬다. 다만 8회 불펜에 부담을 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KIA는 2차전에서 양현종의 9이닝 11탈삼진 완봉 역투로 분위기를 바꿨다.
팻딘은 "양현종의 경기가 도움됐다. 두산이 계속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는데, 양현종 공을 못 치는 걸 보고 '두산 타자들도 사람이구나' 싶었다. 공만 잘 던지면 잡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팻딘은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가야 선발로 다시 등판할 수 있다.
불펜 등판 가능성에 그는 "내 몸이 견딜 수 있다면 팀을 위해 모든 걸 다 할 것이다. 매일 몸 상태를 체크하겠다. 마다치 않겠다"고 결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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