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거래 발달로 객장 거래 경쟁력 잃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주식을 사길 원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한꺼번에 걸려올 때는 정말 시끄러웠죠. 모든 중개인이 소리를 질러댔고, 거래를 체결하려고 다들 객장으로 달려나갔죠"
홍콩 증권거래소의 주식 중개인 중 한 명이었던 베니 마우는 객장 거래의 전성기를 회상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홍콩 증시의 활기를 상징했던 '빨간 조끼' 차림의 중개인과 객장 거래가 126년의 발자취를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홍콩에서 객장 거래가 처음 시작된 것은 1891년이었다. 객장에 배치된 데스크마다 '빨간 조끼' 차림의 중개인이 두 명씩 앉아 고객의 전화를 받은 후 수신호를 보내며 목청을 높여 주식 거래를 체결했다.
이들 중개인은 1980년대 1천 명이 넘어설 정도로 세를 불렸고, 홍콩 시내 4곳의 거래소가 합병해 1986년 홍콩 중심가인 센트럴 지역에 화려한 증권거래소 객장을 열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투자자들은 수수료가 낮고 처리도 빠른 전자 거래로 돌아섰고, 거래소 객장을 찾아오는 발길은 점차 뜸해졌다.
이제는 30여 명의 중개인만 남아 객장을 지켜왔고, 906개에 달했던 중개 데스크도 지금은 62개만 남아 있다.
상황은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홍콩증권거래소(HKEX)는 주요국 금융 시장의 추세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지난 27일 객장을 폐지했다. 이날 폐장식에는 수백 명의 전·현직 중개인과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아쉬움을 달랬다.
폐장식에 참가한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중개인의 상징인 '빨간 조끼'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통합 증권거래소 객장이 문을 연 1986년 4월 2일 홍콩 항셍지수는 1,603이었지만, 이달 27일에는 28,438로 20배 가까이 올랐다. 2억2천600만 홍콩달러(약 330억원)였던 일일 거래액은 1천억 달러(약 14조5천억원)로 커졌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