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모순 해결이 역사의 변곡점"…원로 사학자가 쓴 농업사

입력 2017-10-30 07:30   수정 2017-10-30 09:03

"농업 모순 해결이 역사의 변곡점"…원로 사학자가 쓴 농업사

김용섭 전 교수 '농업으로 보는 한국통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내 농업사 연구의 권위자이자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김용섭(86) 전 연세대 교수가 학문적 성과를 집약한 '농업으로 보는 한국통사'를 출간했다.

퇴임한 뒤에도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원로 사학자가 내놓은 책치고는 분량이 많지 않지만, 고조선부터 현대까지의 한국 역사를 '농업'이라는 틀로 압축해서 기술해 읽기가 녹록지는 않다.

저자는 우선 고조선 시기에 한민족이 중국 문명에 편입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농업개혁을 추진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고조선은 중국의 동정(東征)과 문명전환 정책에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고조선의 유민들이 고구려·백제·신라를 세워 새로운 체제를 구성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이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는 농업생산의 발전, 농업 모순의 발생, 농업정책 개혁과 신체제 성립이라는 세 단계가 반복해서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즉 새로운 국가는 농업 체제를 개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순이 생겨나고 결국에는 다른 왕조가 들어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전까지 모든 국가는 농업을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산업으로 여겼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저자는 이 사실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현상을 농업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예컨대 신라 지증왕이 순장 금지령을 내린 이유는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고, 고려 말기에 수조권(收租權·조세를 받을 권리)을 둘러싼 관료들의 대립은 전제개혁을 야기했다는 식이다.

저자는 조선의 패망과 일제 침입도 농업제도의 모순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한다. 조선에서는 17세기부터 토지의 집적과 지주경영이라는 특징이 나타나면서 지주와 가난한 농민이 대립했다.

이에 대해 지주는 수취 체계만 개혁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여겼지만, 농민은 소수에게 집중된 토지를 분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빈부 격차는 날로 심화했으나, 조선의 농업정책 개혁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대한제국을 수립한 고종도 양반 지주층 입장의 개혁론을 펼치는 데 그쳤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17세기 이래의 농업 모순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원리는 '경자유전'(耕者有田·경작자가 땅을 소유하는 것)과 '사회적 분업'에 있었으나, 국가가 이 원리를 적절하게 정치 이념으로 수렴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책을 간행한 지식산업사 김경희 대표는 "이 책에는 농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와 사회, 정치, 사상에 관한 역사가 담겼다"며 "세계사의 발전 과정에서 한국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살려 서술한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232쪽. 1만7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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