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다. 작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2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K 핀크스 서울경제 클래식에서 최강자 이정은(21)을 3개홀 연장전 끝에 꺾고 우승한 김혜선(20)은 차분했다.
무덤덤하다고 느낄 만큼 첫 우승의 감격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우승이 확정된 뒤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고 했다. 마치 돌부처를 연상시키는 평정심이 도드라졌다.
전날 이정은과 공동 선두에 올라 난생처음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김혜선은 "의외로 마음이 편했다. 어젯밤 잠도 잘 잤다. 이모부 집에 가서 고기도 실컷 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김혜선은 3라운드가 취소되기 전 2개홀 연속 보기를 적어냈다. 2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이정은에 순식간에 3타차로 뒤졌다.
우승의 꿈이 멀어지나 했지만 3라운드 경기가 강풍으로 취소되고 2라운드 경기로 축소되는 행운이 찾아왔다.
김혜선은 그러나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연장전을 나가야 하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장전에서도 김혜선의 평정심은 여전했다.
연장 첫 홀인 16번홀(파5)에서 두번째샷이 러프에 들어갔지만 "다음 샷을 잘 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승부가 갈린 18번홀(파4)에서도 이정은의 두번째샷이 개울에 빠진 걸 봤지만 다음 샷을 준비하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김혜선은 설명했다.
김혜선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고 다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지난 5월부터 인연을 맺는 허석호 코치에게 상황별 대처법도 이번 대회에서 큰 힘이 됐다.
육상과 수영을 하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채를 잡은 김혜선은 국가대표 상비군이나 국가대표를 지낸 적이 없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았고 프로 선수가 되어서도 작년보다 나은 선수, 꾸준한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였다. 올해도 작년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을 뿐 우승은 기대하지 않았다"
시즌 막판에 덜컥 우승을 거머쥔 김혜선은 "우승도 기쁘지만 시드전을 다시 가지 않아서 더 좋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신인 시즌에 상금랭킹 78위에 그쳐 60위 이내에 주는 이듬해 시드를 받지 못해 시드전을 다시 치렀다.
투어 대회 우승이라는 큰 꿈을 이뤘지만 김혜선은 "너무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 조그만 것이라도 눈앞에 닥친 일부터다"라면서 한번 우승으로 자만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보였다.
김혜선은 지난 8월 경기 도중 아무도 모르는 룰 위반을 자진 신고해 '정직 골퍼'로 유명해졌다.
김혜선은 "선수가 성적이 아닌 다른 일로 이름이 알려진 건 부담스러웠지만 내 할 일만 한다면 된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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