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호투하던 임기영 이른 교체로 추격 흐름 끊어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김기태(48) KIA 타이거즈 감독의 승부수가 또 한 번 적중했다.
2-0으로 앞선 6회 말 KIA의 수비. 2사에서 두산 베어스의 5번 타자 오재일이 우전 안타에 이어 우익수 이명기의 포구 실책으로 2루까지 진루했다.
그러자 곧바로 KIA 벤치가 움직였다. 투구 수 81개에서 호투하던 우완 사이드암 선발 임기영을 내리고 좌완 심동섭을 내세웠다.
다소 성급한 투수 교체로도 비쳤다. 임기영이 5회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이어갔고, 투구 수 자체가 워낙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임기영의 투구 수보다는 그가 초반부터 전력투구한 점을 계산에 넣은 듯 보였다.
더군다나 오재일에게 맞은 타구가 정타였다. 우익수의 실책까지 나온 상황이라 자칫 임기영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김 감독은 흐름을 한 번쯤은 끊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했다.
심동섭이 최주환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김 감독은 다시 한 번 투수를 바꿨다. 김윤동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등판했다.
김윤동은 큰 것 한 방이면 역전까지 당할 수 있었던 2사 1, 2루에서 양의지를 평범한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투수 교체는 두산의 추격을 막고 흐름을 KIA 쪽으로 가져오는, 성공한 전략이 됐다.
위기를 넘긴 KIA는 7회 2점, 9회 1점을 추가하고 두산을 5-1로 제압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패배 이후 2∼4차전에서 3연승을 거둔 KIA는 이제 8년 만의 우승까지 한 걸음만을 남겼다.
사실 정규시즌 후반기에는 김기태 감독의 독특한 용병술이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KIA가 9월 3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7-1로 앞선 9회 말 대거 7실점 하면서 7-8 기록적인 역전패를 당하자 김 감독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은 마치 작두를 탄 듯하다.
한국시리즈 2차전이 단적인 예다. 2차전 KIA 선발 양현종은 8회까지 투구 수 100개를 기록했다.
1-0, 1점 차 리드였고, 다른 사령탑이었다면 9회에 양현종 대신 마무리 투입을 고려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양현종을 9회에도 밀어붙였다. 양현종은 122구 완봉 역투로 두산의 기를 완전히 눌렀다.
KIA는 이를 통해 시리즈를 1승 1패 원점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흐름까지 되돌려놨다.
3차전에서 9회 '대타 작전'으로 나지완을 기용, 투런포로 쐐기를 박는 장면까지 이번 포스트시즌의 김 감독은 빈틈없는 용병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날 4차전에서는 과감한 투수 교체까지 성공했다. KIA의 한국시리즈 질주에는 김 감독의 용병술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