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부터 여성이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리는 운동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사상 처음으로 허용할 예정이라고 현지 당국이 22일(현지시간) 밝혔다고 AFP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이 이날 밝혔다.
사우디 스포츠청은 이날 트위터에 "리야드, 제다, 담만에 있는 3개 경기장에서 2018년 초부터 가족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경기장 내에는 식당과 카페 등이 설치된다.
이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스포츠 경기장을 여성에게도 개방하는 것으로 지난달 발표한 여성의 운전 허용 조치에 이은 또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 대한 제약이 가장 엄격한 국가 중 하나인 사우디는 오랫동안 공공장소에서 남녀를 분리하는 규정에 따라 여성의 스포츠 경기장 출입을 금지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수도 리야드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제87년 건국의 날' 행사에 여성도 참석할 수 있도록 하며 처음으로 스포츠 경기장에 여성의 입장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스포츠 경기 관람을 여성에게 개방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결정은 차기 국왕 자리를 예약한 실세 왕자 모하마드 빈살만 제1왕위 계승자(왕세자)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개혁 조치의 연장선 위에 있다.
최근 사우디를 개방적이고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모하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의 사회·경제 개혁 중장기 계획인 '비전 2030'을 이끌고 있다.
비전 2030에는 탈(脫)석유 시대를 대비해 엄격히 제한됐던 여성의 사회활동과 교육 기회를 늘리는 내용이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
사우디는 2015년 처음으로 여성의 선거·피선거권을 허용하는 등 최근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여성의 정치, 사회적 권리를 확대하는 조처를 했다.
지난달에는 내년 6월까지 여성이 운전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하는 국왕 칙령을 발표,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대표적인 사우디의 보수적 종교 관습에 종언을 고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여성이 외출할 때 남성 보호자와 동행해야 하는 관습과 공공장소나 직장, 학교, 식당 등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국내외를 여행할 때도 남성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여성의 권리가 매우 제약된 곳이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