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등으로 양식업자 19명 적발…"어린 전복·해삼 방류에 헛돈 쓴 셈"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남해안에서 기른 전복을 동해안에서 키운 것처럼 속여 경북 시·군에 납품한 양식업자가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0일 사기, 입찰방해 등 혐의로 양식업자 19명을 적발해 손모(64)씨 등 5명을 구속하고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손씨 등 경북 양식업자 8명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남해안 어린 전복이나 강원도 어린 해삼을 사들여 경북에서 키운 것처럼 속여 포항, 경주 등 도내 시·군에 74차례 97억원 어치를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1개당 350∼400원에 남해안에서 키운 어린 전복을 사들인 뒤 900∼1천200원에 팔았다.
남해안에서 기른 전복은 사육비가 비교적 적게 들지만 수온이나 염도가 다른 동해안에서는 잘 살지 못한다고 한다.
경북 도내 한 어촌계장은 "남해안 전복을 동해안에 풀어놓으면 50% 정도가 죽는다"며 "경북 동해안에서 키운 전복을 풀어놓으면 20% 정도만 죽는다"고 말했다.
경북 시·군은 어업인이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양식업자에게서 어린 전복을 사들여 바다에 방류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잘 살지 못하는 다른 지역 전복을 사는 바람에 헛돈을 쓴 셈이다.
일부 양식업자는 강원 동해안에서 키운 해삼을 스스로 키운 것처럼 원산지를 속였다.
경찰은 손씨 등이 스스로 생산한 것처럼 속여 납품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들에게 전복과 해삼을 납품한 전남·강원 양식업자 5명을 함께 검거했다.
이와 별도로 손씨 등 도내 양식업자 13명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경북 시·군이 발주한 수산종묘 방류사업 입찰 때 금액을 밀약해 91회에 걸쳐 120억원 상당 입찰을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시·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피해금을 도로 거둬들이고 수산종묘 방류사업 제도를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박기석 경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동종업자끼리 짜고 자치단체를 상대로 대규모 짬짜미와 납품사기를 벌인 구조적 비리를 적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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