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靑-국정원-문체부 '블랙리스트 삼각편대'…검찰 수사

입력 2017-10-30 20:49  

드러난 靑-국정원-문체부 '블랙리스트 삼각편대'…검찰 수사

'우편향 안보교육'도 국정원 개입…박승춘 前보훈처장 수사 전망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실행된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이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외에 국가정보원까지 '삼각편대'를 이뤄 합작한 결과물이라는 정황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30일 검찰과 국정원 등에 따르면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이날 자체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사건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수사 중인 검찰에 자료 제출을 협조할 것을 권고했다.

각자 블랙리스트의 기초 작업을 추진하던 국정원과 문체부는 2013년 12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화예술계 좌편향을 지적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맞물려 움직인 것으로 TF 조사 결과 파악됐다.

이듬해 2월 20일 국정원이 청와대에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에 좌파 성향 인물들이 포함됐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올리자, 이튿날 김 전 실장은 문체부 보고를 받으며 이를 지적했다.

다시 하루가 지나 문체부는 국정원에 기금 지원사업과 관련해 국정원에 인물 검증을 요청했다.

이후로도 청와대·문체부가 인물 검증을 요청하면 국정원이 그 결과를 통보해 주는 '시스템'이 이어졌다.

국정원은 더 나아가 2014년 3월 19일 '문예계내 左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이라는 청와대 보고서에서 문제 단체 15곳과 인물 249명을 제시했고, '문예진흥기금 선정기관에 좌파 성향 인물 배제, 정부 보조금 지원중단을 통한 자금줄 차단' 등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국정원이 청와대에 블랙리스트의 기준을 제시하면 이를 토대로 문체부가 실행에 나서는 식의 지원배제가 이뤄진 것이다.

그간 블랙리스트 의혹을 두고 국정원이 사령탑 역할을 했다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앞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의 수사에서는 수사 기간의 한계 등으로 청와대·문체부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수사에서 의혹의 핵심은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 등 청와대·문체부의 공모 여부였다.

그러나 최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이 추명호 전 국장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선 보고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도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어 적폐청산 TF에서 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함에 따라, 자료를 건네받은 검찰의 행보도 한층 빨라지게 됐다.

이 의혹과 관련해 무죄를 주장해 온 박근혜 전 대통령·김 전 실장·조 전 장관 등의 재판에서는 처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특검 측의 중요한 자료로 사용될 전망이다.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국가보훈처와 '우편향 안보교육'에 나섰다는 의혹도 수사 의뢰되면 규명할 계획이다.

국정원은 안보교육을 명분으로 예산 63억원을 들여 외곽단체로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를 설립·운영했고, 전경련과 한진·현대차·하나은행 등에서 수억 원을 받아 국발협에 전달한 것으로 TF 조사에서 드러났다.

국정원은 원 전 원장과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등을 국정원법상 정치관여금지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하도록 권고했다.

박 전 처장은 국정원의 협조로 '호국보훈 교육자료' DVD가 제작됐는데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익명의 기부자로부터 협찬받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위증 혐의로도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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