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만루포 등으로 5차전 7-6 진땀승…8년 만의 정상 탈환
9회말 1점차에서 등판한 2차전 완봉투수 투혼의 세이브
두산, 0-7로 뒤진 7회말 대거 6득점했으나 1점 차 분패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하남직 신창용 김승욱 이대호 기자 = 올해 한국프로야구 최강자는 KIA 타이거즈였다.
KIA가 1패 뒤 4연승을 거두고 8년 만이자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KS)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IA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 베어스와 방문경기에서 이범호의 만루 홈런과 구원 등판한 에이스 양현종의 무실점 역투 등을 엮어 상대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7-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KIA는 7전 4승제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패배 뒤 내리 네 경기에서 이겨 다섯 경기 만에 우승을 확정 지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도 1위를 차지한 KIA는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해 통합챔피언이 됐다.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2009년 이후 8년 만이자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해 통산 11번째다.
해태는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1986∼1989년 4시즌 연속 왕좌에 올랐고 1991, 1993, 1996∼1997년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해태 왕조가 저문 뒤 2009년에 KIA라는 이름을 내걸고 첫 우승을 일궜고, 이후 8년 만인 올해 프랜차이즈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역사를 썼다.
KIA와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아 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끈 김기태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14번째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타이거즈 지휘봉을 잡고는 김응용(해태), 조범현(KIA) 감독에 이어 세 번째다.
KIA 왼손 에이스 양현종은 2차전에서 한국시리즈 사상 첫 1-0 완봉승을 거두고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놓은 뒤 이날은 한 점 차로 쫓긴 9회말 등판해 수비 실책 탓에 1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지만 끝내 무실점으로 막고 팀 우승을 이끌었다.
양현종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74표 중 48표를 받아 팀 동료 로저 버나디나(24표), 이범호(2표)를 제치고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이범호는 5차전 MVP로 뽑혔다.
KIA에 밀려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부터 치른 두산은 2015년부터 3년 연속 및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으나 다시 KIA의 벽을 넘지 못했다.
1차전 선발투수였던 헥터 노에시(KIA)와 더스틴 니퍼트(두산)가 이날 5차전에서 다시 선발로 대결했다.
1차전에서 니퍼트는 승리투수, 헥터는 패전투수가 돼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나 이날 니퍼트는 초반부터 고전했다.
1회 1사 1, 3루 위기를 맞은 니퍼트는 최형우 타석 때 KIA 주자들이 이중도루를 시도하다 3루 주자 이명기가 협살에 걸린 덕에 실점없이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니퍼트는 2회에도 안타와 볼넷을 내줘 2사 1, 2루에 몰렸으나 김선빈을 삼진을 돌려세워 실점은 막았다.
하지만 3회는 무사히 넘기지 못했다.
KIA는 선두타자 이명기가 유격수 쪽 내야안타로 기회를 열자 김주찬이 희생번트로 2루에 보냈다.
그러자 버나디나가 깨끗한 중전안타를 쳐 선제점을 올렸다.
KIA는 이후에도 최형우가 좌전안타, 나지완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1사 만루로 찬스를 살려갔다.
안치홍이 삼진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두산이 한숨 돌리는 듯싶었다.
이때 KIA 타석에 이범호가 들어섰다. 앞선 타석까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13타수 1안타로 침묵한 이범호였다.
하지만 드디어 그가 폭발했다. 니퍼트의 초구인 시속 129㎞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측 펜스 너머로 날려 보냈다.
한국시리즈 역대 네 번째 만루포. 정규시즌 개인 통산 만루홈런 1위(16개)인 이범호도 한국시리즈는 물론 포스트시즌에서 그랜드슬램은 처음이었다.
니퍼트와 달리 헥터는 위기를 잘 헤쳐나갔다.
2회 1사 2, 3루에 몰렸으나 양의지를 포수 파울플라이, 류지혁은 2루수 뜬공으로 요리했다.
5회에는 선두타자 양의지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류지혁에게 1루수 앞 땅볼을 끌어내 병살 처리했다.
두산은 이후 민병헌이 우전안타를 치는 등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반면 KIA는 6회 1사 후 김민식이 2루타를 치자 김선빈이 좌전안타로 추가점을 올리는 등 가볍게 점수를 쌓아갔다.
두산은 결국 니퍼트를 내리고 함덕주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함덕주가 폭투에 이어 이명기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한 점을 더 빼앗겼다. 5⅓이닝 만에 물러난 니퍼트의 실점은 7점으로 늘었다.
KIA의 손쉬운 승리로 끝날듯하던 경기는 7회말 크게 요동쳤다.
두산은 7회에만 6안타를 몰아치고 대거 6점을 뽑아 승부를 다시 알 수 없게 했다.
선두타자 양의지와 대타 정진호, 민병헌의 연속안타로 첫 득점에 성공한 뒤 무사 1, 3루에서 오재원이 우중간 2루타를 쳐 추가 득점했다.
박건우가 몸에 맞는 공으로 1루를 채워 무사 만루 상황이 이어지자 KIA는 헥터를 내리고 심동섭을 투입했다.
좌완 심동섭은 왼손타자 김재환을 삼진으로 몰아냈으나 역시 좌타자인 오재일에게는 2타점짜리 우전 안타를 얻어맞았다.
1사 1, 3루에서 닉 에반스도 바뀐 투구 김세현과 대결에서 우전 적시타로 타점을 올려 5-7로 간격을 좁혔다.
이어 최주환의 유격수 땅볼로 한 점을 더 뽑아 6-7,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박세혁이 삼진으로 돌아서고 나서야 두산의 7회는 끝이 났다.
두산은 8회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국해성이 우전안타를 쳐 다시 동점 기회를 열었다.
그러자 KIA는 김윤동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윤동은 민병헌과 오재원을 잇달아 삼진으로 몰아내고서 박건우는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잡아 벤치에 믿음에 부응했다.
KIA는 8회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게 한 양현종을 9회말 마운드에 올렸다.
양현종은 선두타자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오재일은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하지만 조수행의 기습 번트 때 3루수 김주형의 1루 악송구로 졸지에 1사 2, 3루가 상황에 부닥쳤다.
양현종은 허경민을 고의4구로 걸러 1루를 채웠다.
이어 박세혁을 유격수 뜬공으로 요리한 뒤 김재호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 숨 막히는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6이닝 5실점 한 헥터가 승리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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