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우크라이나 집권당 로비스트→트럼프 캠프 좌장맡아 러'와 대선공모 의혹
수백억원대 빼돌려 호화 생활…트럼프와의 연결고리 입증이 관건
혐의 시인한 제3의 인물 진술에 주목…추가 기소자 나올 가능성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캠프 좌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가 30일(현지시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1호 기소'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매너포트의 혐의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연계 의혹과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 비리 성격이기는 하지만,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으로 지목돼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추가 수사에서 드러날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매너포트와 함께 기소된 '제3의 인물'이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돼 특검 수사가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킹메이커'라는 명성을 얻으며 지난해 3월 캠프에 합류한 뒤 넉 달여 선대본부장을 맡아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주자로 만드는 데 기여했던 매너포트는 지난주 연방대배심에 의해 공식 기소된 뒤 이날 특검에 출두해 조사받았다.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대선캠프 간의 공모 및 트럼프 대통령 측의 사법방해 의혹, 즉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첫 기소다. 이날 연방법원으로부터 가택연금 처분을 받아 사실상 영어의 몸이 됐다.
매너포트는 제럴드 포드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부시, 밥 돌 등 공화당 여러 대통령 후보의 캠프를 맡아 이끌었던 워싱턴 정가의 대표적 정치 로비스트이자 컨설턴트다.
그는 지난해 3월 28일 트럼프 캠프에 참여해 5월 19일 선대본부장으로 일약 발탁됐다. 그러나 친(親)러시아 성향 우크라이나 집권당으로부터 1천270만 달러의 현금을 수수한 사실이 폭로돼 8월 17일 결국 옷을 벗었다.
이날 뮬러 특검이 공개한 기소 대상은 매너포트와 대선캠프 부본장을 맡았던 리처드 게이츠, 캠프에서 외교정책고문을 지낸 조지 파파도풀로스 등 3명이다.
이 중 '1호 기소 대상자'인 매너포트의 경우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 혐의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돈세탁, 세법 위반, 불법적 해외로비 활동 등 총 12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뮬러 특검은 매너포트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외 법인과 계좌를 통해 1천800만 달러(약 201억원) 이상의 돈세탁을 하고 이를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매너포트는 집수리에만 550만 달러(약 61억원)를, 옷을 사는 데에만 130만 달러(약 14억원)를 각각 쓰는 등 돈세탁으로 빼돌린 금액으로 호화 생활을 즐긴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함께 기소된 리처드 게이츠와 나란히 조세회피처에서 역외 계좌를 운용하고도 납세신고 때 이를 숨긴 혐의도 받고 있다. 그가 역외 계좌로 빼돌린 돈은 7천500만 달러(약 840억원) 이상이다.
매너포트와 게이츠는 우크라이나 고객을 위해 워싱턴의 로비회사 2곳을 고용해 미국 관료와의 만남을 주선한 사실도 드러났다. 매너포트는 우크라이나의 친(親)러시아 집권당에 의해 고용돼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를 대통령이 되도록 도운 바 있다.
하지만 매너포트의 기소 사실이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의 유착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들은 모두 지난해 미 대선이 있기 훨씬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AP통신도 매너포트에 대한 공소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이나 러시아 측과의 연루 의혹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매너포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측 인사의 지난해 6월 9일 '트럼프 타워' 회동에 참석한 사실로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추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 향하는 연결고리가 새로 발견될 여지는 남아 있다.
특검은 러시아 정부와 끈을 가진 여성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 성사된 이 자리에서 양측 간 공모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3의 기소 대상인' 조지 파파도풀로스가 향후 수사 과정에서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혐의를 부인한 매너포트, 게이츠와 달리 파파도풀로스는 '플리 바겐'(사전형량조정제도)을 통해 특검 수사에 협조한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파파도풀로스가 제공한 정보가 특검 수사 확대의 열쇠가 되고 있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평가를 전했다.
트럼프 캠프 외교참모로 활동한 파파도풀로스는 지난해 4월 러시아 측이 '수천 건의 이메일'의 형태로 경쟁자인 클린턴 후보에게 흠집을 내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사실이 이날 공개된 법원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
그는 진술에서 자신과 접촉한 '외국인'이 러시아 정부 고위 관료와 가까운 관계에 있다고 생각했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특검팀이 파파도풀로스의 유죄 인정 답변은 "대규모 조사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 사실을 전하며 이번 수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뮬러 특검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과 돈 맥갠 백악관 보좌관을 만나 조사할 계획이다.
WSJ는 뮬러 특검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조사 중이라며 수사가 일파만파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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