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코치로 무관의 김 감독, 사령탑으로 첫 우승
우승 확정 후 눈물 흘리며 큰절 "울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사나이 중의 사나이로 불리는 김기태(48) KIA 타이거즈 감독이 진한 눈물을 흘렸다.
김 감독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7-6으로 꺾고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한 후 눈물을 흘리며 팬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선수로서도, 지도자가 된 이후로도 우승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선수' 김기태는 1991∼1998년 쌍방울, 1999∼2001년 삼성, 2002∼2005년 SK에서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지도자가 된 뒤에도 우승은 번번이 그를 비켜갔다.
2006년 SK 코치 시절은 물론 2010년 LG 2군 감독, 2011년 LG 수석코치 시절에도 우승은 다른 팀 얘기였다.
2012년 LG 사령탑을 맡았지만 2014년 5월 그만둘 때까지 자신의 커리어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정상의 자리에 마침내 올라섰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눈물을 지우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 감독은 딱 잡아뗐다.
그는 "눈물 아닙니다. 샴페인이 눈에 들어가서 눈물로 보였을 거에요. 울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목도 쉬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가는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김 감독은 우승 소감으로 "정말 행복하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두산 선수들도 추운 날씨 속에서 최선을 다해줘서 다들 고맙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5차전은 이범호의 그랜드슬램이 터질 때만 해도 KIA의 낙승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잘 던지던 선발 헥터 노에시가 7회에 흔들리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1점 차로 쫓긴 9회에는 교체 투입된 3루수 김주형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KIA는 양현종을 마무리로 투는 승부수를 띄우고도 하마터면 다 잡은 경기를 놓칠 뻔했다.
김 감독은 김주형을 대수비로 교체 투입한 이유를 묻는 말에 "이기려고 했던 거였다"며 "이렇게 좋은 날에는, 될 수 있으면 안 좋았던 선수들 얘기는 안 하고 싶다"고 양해를 부탁했다.
그는 특별히 고마운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양현종, 헥터, 김윤동, 김세현을 꼽고 싶다. 야수 중에서는 버나디나가 잘해줬고, 만루홈런 쳐준 이범호까지 모든 선수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8회에 양현종의 마무리 투입을 결정했다는 김 감독은 "만약 양현종이 못 끝냈으면 모험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양현종이 끝내줬다"며 "결과적으로 어렵게 끝냈지만 그만큼 두산이 강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선수, 구단, 프런트 모두가 합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오늘의 영광은 팬 여러분들의 열렬한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팬들의 큰 기를 느꼈을 정도였다. KIA팬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이 고마움 잊지 않겠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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