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의원, 뮬러 퇴진 촉구로 '군불때기' vs 진보단체 대규모 시위 준비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대선캠프의 최측근 인사를 기소하며 숨통을 조여오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칼날을 어떻게 피해 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파헤치는 뮬러 특검은 5개월여 수사 끝에 캠프 좌장이던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을 '1호 기소'하며, 트럼프 측을 정조준했다.
30일(현지시간) 구속 여부 결정을 위해 연방 법원에 불려 나간 매너포트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위한 불법적인 로비 활동, 자금 세탁 등 12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친(親)러시아 성향인 우크라이나 정부를 위한 로비 정황 등 주로 과거 로비스트 시절의 불법활동과 관련한 혐의들로, 대선캠프의 선대본부장 역활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뮬러 특검은 앞으로 사건의 핵심인 러시아 내통 관련 혐의를 추가 기소하는 수순을 밟아나갈 것이라고 미 언론은 내다봤다.
매너포트는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불거져 본부장직에서 하차하기 전까지 트럼프 캠프의 좌장 역할을 했다.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그해 7월 공화당 대선후보로 등극시킨 1등 공신으로 꼽혔다.
핵심측근인 매너포트 기소가 '러시아 스캔들' 자체를 마녀사냥이라고 일축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반격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들을 포함한 조언 그룹은 "특검 수사 그 자체가 정권에 실존적인 위협"이라며 트럼프에게 뮬러 특검에 대한 전면적인 정치적 공격 개시를 주문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주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반격 카드로 매너포트 사면, 뮬러 특검 해임 같은 초강수를 꺼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고된 프리트 바바라 전 뉴욕연방지검 검사장은 전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불법체류자 사냥꾼'으로 악명높았던 조 아파이오(85) 애리조나주(州) 마리코파 카운티 전 경찰국장을 전격 사면한 것처럼 매너포트 역시 사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7월 대통령 고유의 사면권을 이용해 특검 수사를 모면할 수 있는지 검토한 바 있다.
그가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참모와 가족, 심지어 자신을 대상으로 대통령의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변호인단과 논의했다는 게 워싱턴포스트(WP) 보도였다.
공화당 내 '친트럼프' 인사들은 뮬러 특검 해임을 부채질하기 위해 군불때기에 나섰다.
트렌트 프랭스(애리조나) 하원의원은 지난 27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뮬러 특검이 수사대상인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전임 국장이라는 점을 들어 '이해 충돌' 원칙에 어긋난다며 퇴진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일찌감치 뮬러 특검은 물론 특검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의 배경을 파헤치며 이해 충돌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뮬러 특검을 해임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에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해임설에 거리를 뒀다.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이 "뮬러 해임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미 시민단체는 뮬러 해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진보 정치단체 '무브온'(MoveOn.org)은 이날 48개 주(州) 주요 도시에서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명칭의 대규모 시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 성명에서 "만약 뮬러가 해임된다면 헌법적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며 뮬러 해임 시 대대적인 시위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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