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5경기에서 타율 0.526…8년 만의 우승 견인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로저 버나디나(33·KIA 타이거즈)가 3·4월 KBO리그 적응에 애를 먹을 때, 김기태(48) KIA 감독이 말했다.
"버나디나가 홈 경기 때 국내 선수보다도 빨리 경기장에 나옵니다. 이런 선수에겐 기회를 줘야 합니다."
김기태 감독은 기다렸다. 그리고 버나디나가 보답했다.
KBO리그 적응을 마친 5월부터 무섭게 치고 달린 버나디나는 한국시리즈에서 더 불타올랐다.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버나디나는 19타수 10안타(타율 0.526), 1홈런, 8타점을 맹활약했다.
10안타는 매니 마르티네스가 2001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달성한 단일 포스트시즌 외국인 최다 안타 타이기록이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자리도 넘볼만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에이스 양현종이 완봉 역투와 극적인 마무리로 10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쳐 버나디나는 아쉽게 한국시리즈 MVP를 놓쳤다.
버나다나는 "양현종이 더 대단했다. 나는 우승만으로도 기쁘다"고 했다.
가을 클래식의 서막 1차전부터 정규시즌 1위 KIA가 통합우승을 완성한 5차전까지 버나디나는 반짝반짝 빛났다.
KIA 타선이 침묵한 1차전에서도 3점 홈런을 치며 팀에 기를 불어넣었다.
1차전에서 KIA는 3-5로 패했지만, 2차전부터 5차전까지 내리 승리하며 패권을 차지했다.
버나디나는 매 경기 안타를 치고, 2차전을 제외한 4경기에서 타점을 올렸다.
중견수로 나서며 전력 질주와 다이빙 캐치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5차전은 버나디나의 한국시리즈 활약상을 응집한 경기였다.
1회 초 1사 2루에서 버나디나는 투수와 포수 사이에 땅볼을 치고 전력 질주해 1루에 도달했다. KIA가 1회 득점하지는 못했지만,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는 버나디나의 발에 곤혹스러워했다.
3회, 버나디나는 직접 해결했다. 0-0으로 맞선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버나디나는 니퍼트를 공략해 중전 적시타를 쳤다. 선취점이 중요한 단기전에서 나온 값진 안타였다.
버나디나는 6회 말 2사 2루에서 최주환의 뜬공을 잡기 위해 전력 질주했고, 2루수 안치홍과 충돌했다. 충격이 상당했지만, 버나디나는 공을 놓치지 않았다. 승리를 향한 집념이 엿보였다.
이때 부상을 당한 버나디나는 7회말 수비 때 교체됐다. 하지만 버나디나가 보여준 근성은 그라운드 위 선수들에게 전해졌다. KIA는 5차전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버나디나는 3·4월 25경기 타율은 0.255, 1홈런에 그쳤다. 하지만 5월 타율 0.312, 5홈런으로 도약하더니 정규시즌을 타율 0.320, 27홈런, 111타점, 32도루로 마쳤다.
타이거즈 외국인 선수 처음으로 사이클링 히트(8월 3일 광주 kt wiz전)를 달성했고, 타이거즈 소속 외국인 첫 20홈런-20도루의 주인공까지 됐다.
정규시즌에서 타이거즈 역사를 새로 쓴 버나디나는 한국시리즈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의심할 여지없이, 버나디나는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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