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친문 표심 블랙홀 될 수 있어"…오거돈 후보 당위론도 희석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9일 발표한 내년 부산시장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상이다.
인지도에서 크게 뒤질 것으로 예상했던 그가 첫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중 부산시장 적합도에서 3위에 올랐다.
31일 부산지역 정가에 따르면 그의 부상을 놓고 여러 갈래의 분석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
KSOI가 부산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76명을 대상으로 27∼28일 벌인 조사(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3.0%포인트·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고)를 통해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하냐'는 문항에서 이 전 민정수석은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27.9%),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10.5%)에 이어 9.9%의 지지율로 3위를 차지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7.6%), 전재수 국회의원(2.4%),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1.8%), 박재호(1.6%)·최인호 국회의원(1.6%)을 따돌렸다.
그는 특히 한국당 후보로 서병수 부산시장, 국민의당 후보로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후보로 김세연 국회의원이 출마한다고 가정한 4자 대결에서도 27.1%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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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석상에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은 그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인 첫 여론조사에서 예상을 깨고 '의미있는' 지지율이 나온 것을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과 함께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친노, 친문 세력의 지지세가 이 전 수석에게로 빠르게 집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부산시당 한 관계자는 "이호철이란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린 것은 추석 연휴 전후였는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당내 주자 중 3위를 한 것은 놀라운 결과"라며 "친노, 친문 지지자들이 이 전 수석에게로 모이고 있는 것이 읽힌다"고 말했다.
또 기존 후보군에 식상한 시민들이 새로운 후보에 거는 기대치가 이번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전 수석은 지난 5월 대선 직후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기고 해외로 홀연히 출국했다.
선거 후 으레 있기 마련인 논공행상을 놓고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 그가 지명직 공직자가 아니라 선거로 공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자 개혁 성향이 뚜렷한 그에게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부상은 민주당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일 그가 출마를 굳힌 듯한 행보를 보이면 핵심 지지세력인 친노, 친문의 표심을 한순간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민주당 인사들은 쉽게 출마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민주당 표의 확장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그가 어떤 연유로 불출마를 선언하면 민주당 측으로서는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력의 막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온 은둔형 정치가 몸에 밴 그가 실제 현실 정치를 견뎌내는 힘이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부산시당 안팎에서는 이 전 수석이 머지않은 시기에 부산시장 선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체 여야 후보군에서 적합도 1위(22.1%)를 차지했지만 조국, 김영춘, 이호철 등 다른 민주당 후보들도 서병수 시장을 비롯해 다른 당의 후보를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측으로서는 '오거돈이 아니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박영강 동의대 지방자치연구소장은 "민주당 유력 후보들이 모두 현 서병수 시장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 내 후보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와중에 이호철 전 민정수석의 부상은 부산시장 선거를 새로운 국면으로 끌고 갈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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