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 2천300만원 들여 '영양제 마사토' 깔고 안내판 설치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 마을 어귀에는 '독립군 나무'로 불리는 느티나무가 있다.
수령 350여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둘레 10m, 높이 20m로 거대하다. 원래 따로 떨어진 2그루지만, 밑동이 맞붙어 자라면서 얼핏 보면 1그루로 착각하게 된다.
이 나무에 남다른 이름이 붙여진 것은 3·1 만세운동 때 주민들이 이 나무 위에 올라 일본 헌병의 동태를 살핀 데서 유래됐다.
헌병이 출현하면 나뭇가지에 흰 헝겊을 매달았고, 멀리서 이를 본 사람이 주변에 상황을 전파하는 신호기 역할을 했다.
이후 독립군도 같은 방식으로 암호를 주고받으면서 안전한 이동경로를 찾거나 몸을 피하는 데 이 나무를 이용했다.
높이 자란 거목이면서도 밑동 부분서 양쪽으로 갈라진 몸통이 비스듬하게 누운 모양이어서 그만큼 사람이 오르내리기 쉽기 때문이다.
영동군이 이 나무의 역사성을 평가해 생육 환경개선과 주변 정비에 나선다. 내년까지 2천300만원을 투입해 돌로 쌓은 테두리를 말끔하게 정비하고, 일제 때 이 나무의 역할을 알리는 안내판도 세울 예정이다.
또 밑동 주변의 메마른 토사를 걷어낸 뒤 영양제가 섞인 마사토를 깔아 생육을 촉진해줄 계획이다. 주변에 있는 정자 등도 보수한다.
군 관계자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했지만, 제대로 된 보호사업을 못했다"며 "이번 정비를 통해 나무의 생육이 좋아지고 주민에게도 편안한 쉼터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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