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딥 씽킹'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지난해 프로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은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AI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이보다 앞선 20년 전에도 인간은 기계에 패배했다. 1997년 세계 체스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의 체스 경기에서 딥블루의 승리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카스파로프는 "기계가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AI에 대한 두려움이 한층 더 커진 지금, 기계에 패한 체스챔피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신간 '딥 씽킹'(어크로스 펴냄)은 카스파로프가 딥블루와의 대결 후 2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대결을 복기하며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기계와의 대결을 경험한 그는 '이길 수 없다면 함께 하라'며 인간과 기계의 협력을 강조한다. 이제 인간과 기계가 경쟁했던 시대는 끝났고 기계의 발전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두려워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기계와 기술의 힘을 빌려 인간 능력의 도약대로 삼자는 주장이다.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은 창조를 위한 이해와 통찰력을 잃어버리고 무조건 AI를 받아들일 위험성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로 체스를 배울 때 컴퓨터가 제시하는 수에 대해 '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그 수를 따라가면 안 된다는 것. 그 수는 물론 컴퓨터가 판단한 '최고의 수'이지만 컴퓨터는 상대가 어떻게 대응할지, 상대가 가장 싫어하는 수가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결국은 기계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인간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인간과 기계가 협력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2005년 '어드밴스드 체스' 대회에서 확인됐다. 당시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이나 컴퓨터와 함께 팀을 이뤄 경기했다. 우승자는 뜻밖에 첨단 컴퓨터로 무장한 그랜드마스터가 아니라 컴퓨터 세 대를 동시에 가동했던 미국의 아마추어 기사 2명이었다. 컴퓨터의 전술적 정확성과 인간의 전략적 창조성의 조합이 발휘된 결과였다. 저자는 이를 두고 "'약한 인간+기계+뛰어난 프로세스'는 어떤 슈퍼컴퓨터보다도 강하다"고 설명한다.
협력의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용기다. 저자는 "딥블루와 마주 앉았을 때 뭔가 낯설고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하면서 신기술을 받아들이려면 이런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기계에 특정한 과제를 가르치는 데 능하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과제를 기계에 맡길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새로운 과제와 사명, 그리고 산업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용감한 탐험가다." 박세연. 42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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