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적게 내려고 위장 취업한 '얌체족' 5년간 8천400명"

"건보료 적게 내려고 위장 취업한 '얌체족' 5년간 8천400명"

지난 1년간 건보직장→지역전환자 74만명…평균 4만7천원 건보료 올라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은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분석해 보니, 2016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지난 1년간 74만32명이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건강보험료가 오른 것으로 나왔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건보료로 평균 4만7천원을 더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에는 직장 다닐 때는 월 2만6천원의 건보료만 냈지만, 지역가입자로 바뀌고서 월 227만7천300원의 보험료가 부과돼 무려 월 225만원이나 오른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많은 재산과 소득이 있는 사람이 건보료를 적게 내려고 저임금 근로자로 위장 취업해 직장가입자 자격을 허위로 취득했다가 현지조사에서 발각돼 지역가입자로 강제 전환된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소득·고액 재산가가 건보료를 회피목적으로 가짜 직장인으로 취업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건보공단이 2012∼2016년 최근 5년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격 허위취득자를 적발한 건수는 총 8천386건에 달했다. 이들이 덜 낸 건보료는 총 293억2천500만원에 이르렀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데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 별도의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이원화된 건보료 부과체계의 불합리한 점이 한몫하고 있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보수월액·월급)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며 절반은 회사에서, 나머지 절반만 자신이 내면 된다.

이에 반해 지역가입자는 부과기준에 따라 재산과 소득에다 건보료를 물리며 전액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직장가입자격을 허위 획득하고자 쓰는 수법은 은밀하고 다양하다.

대표적 유형은 ▲ 친구나 가족회사에 고문이나 직원으로 취직 ▲ 서류상 회사(유령회사)를 만들어 직접 사업장 대표자가 되어 직장가입자로 위장 ▲ 재산이나 소득을 처분하거나 분할해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 ▲ 연예인이 지인 회사에 월 1∼2차례 출근하는 비상근 감사나 근로자로 위장하는 것 등이다.

이를테면 박모씨는 재산이 116억(건물 10억7천만원, 토지 105억), 소득이 5억6천175만원(종합소득 5억5천692만원, 근로소득 483만원)이어서 실제로는 월 237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직장가입자로 둔갑해 월 6만180원의 보험료만 냈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며, 형평에 어긋난 건보료 부과체계를 내년 7월부터 2022년까지 2단계에 걸쳐 소득중심으로 개편해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의 보험료는 올리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수준을 단계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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