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문턱 못 넘을까 걱정…중소기업인에 대한 후보자 인식에 의구심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논란이 연일 불거지면서 중기부에서는 혹여나 장관 공백 상태가 길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중소기업청에서 장관급 부처로 격상된 중기부는 31일로 출범 98일을 맞았지만, 수장인 장관 자리가 여전히 공석이다.
부처 신설 34일 만에 첫번째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는 역사관·종교관 논란 속에 자진 사퇴했다.
박 후보자 사퇴 이후 38일 만에 두 번째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홍 후보자는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에 문재인 대선캠프 정책부본부장으로 일한 경력까지 있어 청문회 문턱이 높지 않으리라고 애초 예상됐다.
그러나 홍 후보자의 배우자와 중학생 딸이 장모로부터 상가 건물의 지분을 나눠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여세를 적게 내고자 '쪼개기 증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목고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던 홍 후보자의 딸은 정작 특목고 진학률이 높은 연간 학비 1천500만원의 국제중에 재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행적은 과거 홍 후보자가 소신 있게 밝혀온 발언들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내로남볼'(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다음 달 10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야당은 홍 후보자에 대해 "언행불일치 챔피언"(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위선의 극치"(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위법은 없다"며 홍 후보자 방어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중기부는 장관 공석 장기화로 인한 업무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부처가 출범한 지 100일이 다 돼가는데도 아직 장관이 없어 부처 간 협의 등에 있어 애로사항이 많다"며 "하루빨리 장관이 임명돼 중소기업 성장, 일자리 창출 같은 역점 사업이 탄력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내부에서는 홍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홍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고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홍 후보자의 인식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창업 1세대 중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며 "뿌리 뽑아야 할 적폐인 '학력 차별' 논란을 조장하는 인물이 장관 후보자라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로 가야 하는 현시점에 중기부 초대 장관 후보자가 하필이면 중소기업 비하 발언을 한 사람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자는 저서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에서 비명문대 출신 중소기업인을 헐뜯는 듯한 표현으로 논란이 됐다.
그는 이 책에서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이 자주 보도되는데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홍 후보자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홍 후보자는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만들었고, 정무감각이 있는 정치인 출신이자, 경제전문가라는 점에서 환영했다"며 "최근 여러 문제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잘 검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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