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 모하마드 왕세자 개혁이미지에 걸림돌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전 세계가 주목할만한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인 직후 예멘 사태에 대해 이란을 맹비난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여성 운전을 허용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해 놀라게 한 데 이어 이달 24∼26일 세계 유력 경제계 인사를 대거 초청한 국제 투자회의를 열어 사우디의 야심 찬 미래상을 홍보했다.
이 회의에서 사우디는 5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미래 신도시 건설, 휴머노이드 로봇에 시민권 부여, '중도 이슬람 국가'로 회귀 등과 같은 발표로 국제 사회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32세의 젊은 왕세자 모하마드 빈살만이 전면에 등장해 종교적 엄숙주의가 지배하는 폐쇄적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사우디는 그러면서 이런 새로운 인상을 해칠 수 있는 예멘 내전을 언급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29일 "이란 정권이 예멘 반군에게 무기를 공급하면서 평화적 해법을 망치고 있다"며 "예멘 반군은 구호물자 선적을 600회, 구호 선박을 65척이나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예멘 반군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사우디의 주장은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 굳이 이 시점에서 다시 상기한 것은 사우디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예멘 내전의 책임을 이란에 돌림으로써 자국의 개혁 드라이브가 평가절하되지 않도록 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3년 가까이 내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예멘은 현재 최악의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다. 전쟁의 한 쪽 당사자인 사우디도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2015년 3월 예멘 내전에 군사 개입했다.
유엔은 이와 관련해 이달 5일 사우디를 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예멘 내전 개입을 국방장관을 겸하는 모하마드 왕세자가 주도한 탓에 젊고 개혁적이라는 인물평 이면엔 '호전적'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그가 온전히 개혁적인 차기 지도자로 평가되려면 자신이 직접 관련된 걸림돌인 예멘 내전을 해결해야 한다.
사우디의 맹공에 이란도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란 외무부는 30일 주간 브리핑에서 "사우디 외무장관의 주장은 근거도 없고 말도 안 된다"면서 "예멘 사태에 대해 사과나 해라"고 일축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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