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우승 없지만 "요즘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자신감 ↑
2012년 US오픈 등 LPGA 통산 9승 '마음 비우고 재도약 다짐'
(여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대회 공식 책자에는 최나연(30)을 '원조 얼짱'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대원외고 1학년 때인 2004년에 KLPGA 투어 ADT 캡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내로라하는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 돌풍을 일으킨 최나연은 그해 11월 프로로 전향했다.
1987년생으로 '박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한 명인 최나연은 2008년 미국으로 진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9승을 쓸어담은 '태극 낭자 군단'의 대표적인 선수다.
2010년 LPGA 투어 상금 1위, 평균 타수 1위를 차지했고 2012년에는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정상에도 올랐다.
그러나 최근 "골프를 20년 정도 쳤는데 이렇게 안 되기는 처음"이라고 스스로 밝힐 정도로 슬럼프를 겪고 있다.
마지막 우승은 2015년 6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이다.
KLPGA 투어 대회 최근 우승은 2012년 12월 대만에서 열린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였다.
최근 우승이 2년 4개월 전이라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최나연'이라는 이름값이 주는 무게감 탓인지 엄청난 부진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연습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만난 최나연은 "제가 그동안 골프를 사랑한 것은 사실 공을 제 마음대로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 제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마치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공을 치는 것 같더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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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은 지난해 처음으로 LPGA 투어 상금 순위에서 20위 밖으로 밀려났다. 2016시즌 상금 순위 55위에 머문 그는 올해는 급기야 135위까지 하락했다.
올해 19개 대회에 출전해 컷 통과가 8번에 그친 최나연은 하지만 "최근 조금씩 경기력이 회복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근 LPGA 투어 대회에서 두 번 연속 컷을 통과했고, 9월에는 국내 대회에 출전해 공동 22위를 기록했다.
최나연은 "주위에서도 슬럼프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며 "저도 우승에 무리하게 욕심을 내기보다 일단 제 경기력을 되찾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침체 이유에 대해 "1년 정도는 드라이브샷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걸 어느 정도 잡으니까 이제 어프로치 샷이나 쇼트게임이 잘 안 되더라"며 "또 그 부분을 좀 보완하니 한동안 언더파 성적을 못 내서 그런지 점수를 내는 방법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고 하소연했다.
최나연은 "골프는 참 희한한 스포츠"라며 "스윙만 좋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런 부분들이 다 하나로 모여서 완전체가 돼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운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다만 그는 "요즘 조금씩 잘 치는 샷이 나오고 있다"며 "연습 때 좋은 감각이 실전에서 발휘돼야 하는데 거기서는 아무래도 자신감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최나연은 이 대회 출전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이 대회가 코스가 어려워서 '괜히 나왔다가 요즘 조금씩 올라오는 자신감이 또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하지만 9월 국내 대회에 나왔을 때 팬들이 응원해주신 좋은 기운을 생각하며 출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완벽을 추구하는 자신의 스타일도 돌아본 최나연은 "제 스타일을 아는 분들이 옆에서 '욕심을 버려라. 좀 마음을 비우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며 "그런데 프로 선수가 대회에 나가면서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골프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게 좋을 때는 좋은 쪽으로 작용하지만, 요즘 같을 때는 더 스트레스만 받게 되는 문제가 있다"며 "그런 마인드 컨트롤도 저에게는 숙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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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에서 8년 만에 우승한 지은희(31) 이야기를 꺼냈다.
최나연은 "저보다 언니가 훨씬 더 오래 우승이 없었는데 그만큼 기간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저렇게 잘 치는데 왜 그동안 우승이 없었는지 의아했을 정도"라고 답했다.
'만일 요즘 부진을 딛고 우승하게 되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묻자 그는 "저는 우승하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2017시즌을 이번 대회와 다음 주 LPGA 투어 중국 대회로 마무리하는 최나연은 "US오픈 우승했을 때나 코츠 챔피언십에서 2년 만에 정상에 올랐을 때도 눈물이 그렁그렁했을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아마 우승하면 요즘 일들이 떠올라서 눈물을 참기 어려울 것 같다"고 재도약을 다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연습라운드를 나가는 최나연에게 "빨리 우승해서 눈물 한 번 쏙 빼시라"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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