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화 없이 선진국 도약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언론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 1인 지배체제의 장래에 부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레닌주의 정치 체제와 시장경제를 혼합한 독특한 중국식 체제가 지금까지는 효용을 발휘해왔지만 1인 지배의 정치적 독재체제 아래에서는 조만간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WSJ은 지난달 31일 '중국의 1인 지배체제로의 위험한 회귀'라는 분석기사에서 시 주석이 지난 수십 년 만에 권력 승계 구도를 밝히지 않아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이 구축한 임기제 집단지도체제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의 엘리트 정치를 잠재적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그가 물러나거나 사망할 경우 다시금 치열한 권력투쟁을 유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WSJ은 중국이 그동안 빈곤의 탈출과 인프라 확충 및 번창하는 혁신 등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뤄왔으나 진정한 시험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면서 향후 1인, 1당 지배체제가 중국의 발전에 한계로 작용할 것임을 예상했다.
강력한 제도와 견제와 균형, 그리고 질서있는 권력 승계가 발전과 번영의 필요조건이나 시 주석은 자신 혼자서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듯하다고 꼬집었다.
WSJ은 일부 산유국들을 제외하고는 어떤 나라도 정치적 다원주의를 채택하지 않은 채 이른바 '중간 소득 함정(트랩)'을 벗어난 적이 없다면서 한국과 대만이 좋은 본보기로 그들은 최종적으로 민주주의를 통해 번영으로 도약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앞으로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빈부 격차와 사회안전망 결여, 환경 폐해 등에 직면할 것이며 여기에 상대적인 노년층 증가라는 인구 구조상의 문제도 더해질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그러나 덩샤오핑과 같은 혁명적 자질이나 마오쩌둥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시 주석 혼자서 국가의 부흥을 주도하기에는 어깨의 짐이 너무 무겁다고 지적했다.
FT는 1일 마틴 울프의 칼럼을 통해 중국이 당장은 세계 경제의 초강국으로 행세하고 있지만 레닌주의 정치체제와 시장경제를 혼합한 중국 방식이 계속 유효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FT는 덩샤오핑이 도입한 이 체제가 그동안 일부 중국 전통에 부합하는 데다 예외적인 관료체제로 인해 성공을 거둬왔다면서 그러나 중국 사회의 변화와 함께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아직도 공산당이 법 위에 군림하면서 당이 초법적으로 돼가고 있다면서 또 밑에서부터의 견제가 없는 상황에서 만연하고 있는 부패를 지목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현실이 경제적 역동성을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경제와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주민들의 정치적 발언권이 강화될 것이며 결국 당에 대한 1인 지배와 국가에 대한 1당 통치는 유지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그러나 중국이 당장은 경제적 초강대국으로서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들에게 이념적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동반자이나 이념적으로는 우방(친구)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따라서 서방은 중국에 대한 기술적, 경제적 우월성을 계속 유지해야 하며 빈부 격차와 금융위기, 정치적 거짓과 부패 등 중국의 부상을 가져온 서방 내부의 결함을 쇄신해나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독재체제는 낡은 시대의 기준이라고 중국식 일당 독재를 거듭 비판하면서 서방은 자유민주주의라는 핵심 가치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이를 부활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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