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자살 사건 계기로 조직 문화 '메스'…직원 전보 기회도 늘리기로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이태수 기자 = 서울시가 지난달 7급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인사 평가·승진 심사·전보 제도 개선에 나섰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 5급 이상 관리자 직원 다면평가 활용·확대 ▲ 희망전보제도 개선 ▲ 5급 이상 관리자 승진 심사 시 직원 참여 확대를 골자로 하는 '조직 문화 혁신대책'을 내놨다.
지난달 사건 발생 이후 직원 온라인 게시판에 현 인사 제도를 지적하는 글이 잇따르는 등 내부 동요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된 지적이 나오자 "인력 충원, 사기 진작 방안,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러 직원에 대한 배려, 관리자의 리더십 강화 등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는 우선 함께 근무한 직원이 평가하는 '직원 다면평가'를 연 2회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승진·전보·성과평가 등 인사 전반에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다면평가는 승진 심사에만 참고 자료로 활용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관리하는 것은 물론, 인사 전반에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시는 이에 따라 지금까지 대상에서 빠졌던 1∼3급을 다면평가 대상에 새로 포함해 5급 이상 전 관리자로 넓혔고, 하위 10% 평가를 받으면 승진 제외·주요 보직 전보 제한 같은 실질적인 페널티를 주기로 했다.
또 평가단에 상급자·동급자는 물론 하급자 참여를 늘려 상향 평가도 이뤄지도록 했다. 평가 배점에는 성희롱, 언어 폭력, 상호 존중 같은 윤리의식을 늘렸다.
시는 그동안 직원 내부 불만이 팽배했던 전보 제도도 손을 대기로 했다.
시는 지금까지 전문성을 키운다는 이유로 한 부서에 오래 근무하는 것을 권장했다. 그러다 보니 소위 '선호 부서' 직원들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격무에 시달리는 부서 직원들만 나가겠다는 뜻을 밝혀 힘든 부서끼리만 인사가 오가는 폐해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시는 이달 말 '승진·전보 기준 위원회'를 열어 한 자리에 의무적으로 있어야 하는 '필수보직기간'(전보 제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단축할지 정하기로 했다. 매년 상반기 연 1회 열리는 정기 인사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선호 부서에 오랜 기간 연속해서 근무하는 것을 제한하고, 이들 부서에서는 지원자를 공개 선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과거 격무·기피부서에 근무했던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시는 이 밖에도 5급 이상 간부 승진 심사를 하는 '승진심사위원회'에 노조·직원 참여를 현행 4명에서 8명으로 늘리고, 단순 참관에서 벗어나 발언권을 주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승진 심사 과정에서 인권담당관·여성가족실·감사위원회가 함께 언어폭력과 성희롱 등 부적절한 행위 여부를 심사해 간부로 적절하지 않은 인물을 걸러내는 시스템도 갖추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와 맞물려 5급 이하 실무 인력을 373명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업무 절대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늘린 인력은 초과근무 시간이 많은 격무 부서 등에 배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시의회에 지방공무원 정원조례 개정안을 제출했다.
조례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서울시 정원은 1만7천771명에서 1만8천144명으로 늘어난다.
시 고위 관계자는 "실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실행 가능한 대책을 하나씩 내놓을 계획"이라며 "다면평가로 조직 관리를 잘하면 아픈 부분을 치유해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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