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혐의 구속 부통령 놓고 전·현직 대통령 계파 갈등 심화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에콰도르 집권 여당이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의 당 대표직을 박탈했다고 엘 코메르시오 등 현지언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도 좌파 국가연합당(알리안스 파이스)은 전날 당 대표인 모레노 대통령의 후임으로 리카르도 파니토 전 외교부 장관을 선출했다. 파니토는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 측 인사다.
국가연합당은 "모레노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 만큼 당 대표 교체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면서 "이번 결정은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정부는 그러나 이번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모레노 대통령이 계속 대표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알레한드로 비쿠나 부통령 대행은 "국가연합당은 정당이지 사유재산이 아니다"면서 "이번 결정은 우리의 정치적 기반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아 잘못됐다"고 말했다.
앞서 여권은 부패 의혹으로 구속된 부통령을 둘러싼 전·현직 대통령 계파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어왔다.
코레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국가연합당 후보로 대선에서 승리한 모레노 대통령에게 권좌를 물려줬다.
모레노 대통령은 코레아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2007∼2013년 부통령으로 일했다. 이 때문에 코레아는 대선에서 모레노와 유세를 함께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모레노 대통령은 지난 8월 대선에서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호르헤 글라스 부통령과 관련한 부패 의혹이 불거지자 부통령의 권한 정지를 명령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글라스 부통령은 코레아 전 대통령 재직 시절 부통령을 역임하는 등 친 코레아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관급공사 수주 대가로 브라질 건설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던 글라스 부통령은 결국 지난달에 구속됐다.
코레아는 부인의 모국인 벨기에로 출국해 가족과 함께 머물고 있다. 국가연합당은 코레아 전 대통령이 10년 전에 설립한 정당으로 아직도 그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는 게 현지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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