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깊은 사죄" 美 장로교단 '피란민 학살' 노근리 방문

입력 2017-11-02 14:37  

"분노…깊은 사죄" 美 장로교단 '피란민 학살' 노근리 방문

"현장 직접 보니 착잡하고 충격적…美 정부 사과하도록 설득할 것"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미국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목회자들이 2일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 학살이 발생한 충북 영동군 노근리를 찾아 미군을 대신해 사과하고 희생자를 위로했다.


허버트 넬슨(J. Herbert Nelson) 미국 장로교단 사무총장을 비롯한 목회자 17명은 이날 학살현장인 경부선 철도 쌍굴을 둘러보고 노근리 평화공원 추모탑에 헌화했다.

현장에서는 양해찬(77) 유족회장을 비롯한 피해자와 유족 등이 나서 당시의 참상과 아픔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변창배 대한예수교장로회 사무총장과 박성국 기독교 장로회 국제협력선교부장 등 한국 측 성직자 14명도 동행했다.

현장을 둘러본 넬슨 목사는 "자료나 사진으로만 보던 노근리를 직접 와서 보니 가슴이 아프고 착잡하다"며 "아직까지 미국 정부의 공식사과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와 유족들의 상처가 하루 빨리 치유되도록 교단 차원에서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조언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장로교는 교인이 277만명에 달하는 교세 10위의 교단이다. 그동안 여러 명의 목회자가 이곳을 찾는 등 노근리 사건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총회에서는 ▲ 미군의 책임 인정 ▲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 ▲ 실태 등에 대한 교육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 미국 대통령과 상·하원에 보낸 바 있다.

이들의 이번 방문은 한반도 평화 순례의 일환이다.


지난 1일 서울 마포의 전쟁 여성 인권 박물관을 찾은 데 이어 3일 강원도 철원 국경선 평화학교와 비무장지대(DMZ)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오는 6일에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장로교회 명의로 노근리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문도 발표한다.

방문단 대표인 호세루이스(Joce Luis) 미국 장로교단 사무차장은 "역사의 참혹한 현장을 봤고,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에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며 "이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시민으로서 정부와 군대를 대신해 간곡히 용서를 구한다"며 "장로교회 차원에서 그날의 참혹함을 전하고 진리를 밝히는 소명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치유와 화해, 노근리의 과거 극복'을 주제로 열린 평화포럼에도 참석했다.

포럼에는 정구도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이사장과 안교성 장로회 신학대학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서 노근리 사건과 한반도 평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노근리 쌍굴에서는 1950년 7월 25∼29일 미군이 경부선 철도를 따라 이동하는 피란민 대열에 공중 공격과 기관총 사격을 가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는 한미합동조사와 유족 신고 등을 통해 이 사건 피해자를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63명으로 확정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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