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4주 상영' 압박도…경쟁 영화사들 크리스마스 앞두고 당혹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월트 디즈니가 신작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개봉을 앞두고 극장주들에게 도를 넘은 계약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일 보도했다.
디즈니는 영화 흥행수입의 65%를 배분해줄 것과 최대 규모의 상영관에서 최소 4주간 스크린에 올릴 것을 극장주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이와 함께 배급 계약 조건을 어길 경우, 극장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에서 5%를 추가로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5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흥행수입 가운데 최대 70%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디즈니가 이처럼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오는 12월 15일 개봉될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흥행에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계약 조건은 이 영화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5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릴 경우에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5억 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의 영화 흥행수입은 5% 줄어든 상태로, 티켓 판매가 신통치 못해 울상인 극장주들로서는 디즈니의 무리한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디즈니를 제외한 다른 영화사들은 상영 기간을 줄이고 조기에 비디오 판권을 판매하는 추세다. 반면에 디즈니는 '미녀와 야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편', '토르:라그나로크' 등의 히트작을 줄줄이 냈다.
극장주들은 미국 영화시장의 판도 변화로 디즈니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상영하길 원한다면 디즈니의 규칙에 익숙해야 한다는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한 극장주는 "디즈니는 역대 어느 영화사보다도 강력한 입지를 갖고 있다"면서 "아마도 1930년대의 MGM 영화사 이후 최강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 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디즈니는 지난해 단 13편의 영화로 미국 영화시장에서 2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인 워너 브러더스가 23편의 영화로 17%의 점유율을 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디즈니의 순항은 2009년 마블 엔터테인먼트, 2012년 루카스필름을 연속 인수한 데 힘입은 것이다. 디즈니는 올해 미국 영화시장에서도 1위를 질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흥행이 보장되는 디즈니의 영화를 거절할 수 있는 극장주들은 거의 없다. 다만 소도시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일부 극장들만이 실익이 없다는 측면에서 계약을 포기했을 뿐이다.
아이오와주의 엘케이더에서 단일 스크린 극장을 운영하는 리 에이킨은 "나의 시장에는 관객이 한정돼 있으며 2주 정도면 이들 모두에게 영화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곳의 인구는 1천213명이다.
그가 디즈니와 계약하면 남은 2주 동안은 거의 텅 빈 상태로 영화를 틀어야 하고 그나마 거둔 티켓 판매 대금에서도 65%의 몫을 디즈니에게 바쳐야 하는 셈이다.
디즈니가 요구하는 수입 배분율 65%는 4주 전체에 적용된다. 미국의 일부 영화사들은 상영기간 전반에는 배분율을 높게 매기고 후반에는 낮춰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또한 영화사들이 히트작에 대해서는 60%의 몫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지만 55%를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외 영화시장의 배분율은 이보다 낮은 평균 40% 선이다.
디즈니측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전작에서도 티켓 판매 대금의 64%를 가져가고 4주간의 상영일정을 요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5%의 페널티를 요구한 전례는 없었다.
디즈니가 4주간의 상영일정을 압박하는 데 대해 소니 픽처스와 20세기폭스 등 경쟁 영화사들의 배급 담당 간부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스크린 확보가 임박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극장주는 티켓 판매보다는 부대 사업장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고 2억 달러 짜리 영화에서 50%의 몫을 가져가는 것보다는 7억 달러 짜리 영화에서 35%의 몫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보고 있다. 이 점이 경쟁사들에게는 고민거리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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