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형편이 어려운 시절 아들에게 장학금도 주시고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아서 미안합니다."
아들이 준 용돈을 한푼 두푼 모아 아들의 모교에 익명으로 1천만원을 기부한 80대 할머니가 훈훈한 감동을 낳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전 11시께 부산대학교 발전기금 사무실에 8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찾아와 직원에게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직원이 봉투를 열어보니 1천만원 수표가 한 장 들어 있었다.
깜짝 놀란 직원은 이름과 연락처를 물었지만 할머니는 "학교 발전을 위해 좋은 곳에 쓰였으면 한다"는 말만 남긴 채 선걸음으로 돌아서려 했다.
직원은 딱 차 한 잔만 하고 가시라고 끈질기게 설득했고 그제야 할머니는 자리에 앉았다.
할머니는 "젊었을 때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홀로 아들을 키웠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아들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 해준 것 같다"고 직원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어 "그런데도 아들이 훌륭하게 자란 것은 학교에서 장학금도 주고 잘 가르쳐준 덕분"이라며 "훌륭하게 자리잡은 아들이 준 용돈으로 늦게라도 학교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기부 소감을 밝혔다.
할머니는 정상적인 기부 절차를 밟자는 직원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부끄럽습니다, 작아서 미안합니다"란 말만 남긴 채 자신과 아들의 이름 한자 남기지 않고 학교 문을 나섰다.
부산대 관계자는 2일 "할머니가 기부한 1천만원을 장학금 조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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